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351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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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진은영의 우리는 매일매일이 왜 그렇게 맘에 들었고 기분 좋게 읽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를 읽는 즐거움에 대해 먼저 서술해야 할 것 같다.

시를 읽는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의 경우에는, 시에 공감하는 순간과 시를 음미하는 순간에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낀다. 전자는 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을 때 찾아오는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이 나타나는 상황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익숙한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과 인지하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하는 것. 어느 쪽이든 시인의 예리한 관찰력과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며 아 맞다 그랬지.’ 혹은 아 정말 그러네.’하고 시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상투적인 표현에 닳아버린 감정이나 상황도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그냥 지나치던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순간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루뭉술하던 상황이 분명해지고 나의 감각과 경험의 지평이 한 걸음씩 늘어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세상을 더 풍부하게 피부로 느끼며 살게 되는 것만 같다. 우리는 매일매일에는 그런 시가 많았던 것이 이 시집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이다. 나의 할머니를 보면 바람의 대패질로 모든 것이 얇아졌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을 읽으면 나의 할머니가 떠오르고, 세월이 흘러 주름이 지고 가늘어진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이 들어 살이 찐다고도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세월이 가져다주는 쇠함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새롭게 깨닫는 것이다. 사실 알고 있던 것인데 알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요, 그것이 시를 읽는 하나의 즐거움인 셈이다.

그리고 이 시집이 읽는 데 부담이 없다는 것이 또한 마음에 드는 이유였다. 시를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답답하고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희한하게도 우리는 매일매일은 읽고도 모르겠다는 사실이 그리 답답한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말고도 이 시집에 담긴 시를 읽어내는 방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각과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시어들은 시의 내용과 관련 없이 그냥 읽는 동안 시어와 시구 자체에서 즐거움을 준다. 시를 소리 내어 읽든 혹은 가만히 속으로 읽든 입안에서 맴도는 말의 느낌 자체가 놀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를 읽으며 어떠한 의미를 형성하지 않고 시의 언어가 주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비록 낯선 언어로 나타나 있을 때도 있고, 보통의 맥락과 다르게 쓰인 말도 있다. 하지만 생경함은 소리와 이미지의 유희를 체험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가장 맘에 들었던 물속에서를 예로 들자면, 어떠한 상황을 물속에 있는 것으로 비유하며 묘사하는데 결국 그런 상상 속에서 물속에 있는 걸 잠시 잊어버리는 일이라는 시구를 통해 마치 내가 물속에서 시에 나타난 순서대로 생각하고 감각하는 것처럼 만든다. 이것이 어떤 상황을 나타내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속에서 내가 물속에 있는 것을 잊을 정도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도 마치 물처럼 흘러 들어와 퍼지고 흘러 나가는 이미지를 느끼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매일매일에는 연과 행의 배치를 통해 특정한 형태를 만드는 시도가 여럿 나타나는데, 이 형태가 시어와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고 의미를 어떻게 강화하는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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