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푸치니 : 투란도트
푸치니 (Giacomo Puccini), 도밍고 (Placido Domingo) 외 / DG (도이치 그라모폰)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이 영상물을 입수했다.

이 보다 더 앞선 수작들이 많이 거론되지만 메트의 본 연출을 앞서는 투란도트는 감히 없다고 단언한다.

캐릭터 성격을 너무 잘 살린 것이 포인트다.


우선 칼라프를 연기한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판사판에 처하고보니 헛베짱을 부리는 당돌한 자를 연기하는 것도 연기거니와 이제 그 위기를 벗어났다 싶자마자 객기를 못버린 젊은 승자의 연기라는 것은 또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그냥 잘 연기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 백미는 2막이 끝나기 직전에 투란도트의 뒷태를 바라보는 뻔뻔한 행동거지와 표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오페라라는 것이 그냥 노래 잘 부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분장이 그럴싸하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

 

이 점에서 에바 마톤의 연기도 만만치 않았다.

에바 마톤의 투란도트는 투란도트의 첫 등장 장면에서부터, 투란도트라는 극 중 캐릭터의 성격을 단번에 드러내어 주었는데, 보다 고전인 영상물들을 고루 비교해보면 에바 마톤에 비해 잔인한 얼음공주다운 캐릭터를 지나치게 잘 부각시켰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사실이 에바 마톤이 역대 투란도트를 모두 극복했다고 평하는 이유다.

 

에바 마톤의 투란도트는, 마치 자신이 그런 얼음공주 아닌가보다고 세상사람들이 눈치채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예민해진 사람같은 표정을 하고 등장한다.

특히 칼라프가 2번째 문제까지 알아 맞히자 당혹스러워 할 때의 표정 연기는, 아직 철없는 부잣집의 철부지 딸네미가 여걸 행세 하다가 뜻대로 안되니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울상에 가까운 것은 정말 백미였다.

이는 그 순간을 잘 잡아낸 카메라맨의 순간 포착 덕택도 있으며, 연출가의 역량 덕택이기도 하겠지만 애초에 에바 마톤의 인상 자체가 조금만 연출하면 원래 그런 표정 연기에 걸맞는 인상이어서로 보이는데, 이는 그런 캐릭터 해석에 따라 배역 선정 과정에서 처음부터 의도되었던 결과로 보인다.

최근까지 세계 각국에서 상연되는 수많은 투란도트들의 분장이 대부분 경극을 모방하여 과장된 화장을 하고 나오는 것과 비교할 때 꽤 수수한 화장만 하고 나온 데에서 입증된다.

이 점에서 본 영상물에 담긴 1988년 당시 메트의 투란도트 공연은 처음부터 배역 선정 과정에서 점수 먹고 들어갔던 공연이었다고 함이 적절할 것이다.

 

이 후의 연기는 그야말로 자신도 그런 얼음공주 맞다고 애처롭게 억지쓰는 부잣집 노처녀 그 자체였다.

특히 3막에서 밤의 밀회 장면에서는 남자에게 무너진 노처녀 연기는 어떻게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데, 그 점에서 투란도트는 뜻 밖에 에로틱한 오페라라고 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고전 헐리우드 영화의 그것을 오페라 무대에 역이동시켜놓은, 참 양키스러운 오페라구나 싶은데 그 점이 오히려 장래 오페라의 매력요인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입장에서는 이 만한 영상물은 정말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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