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기욤 드 마쇼 : 발라드집
마쇼 (Guillaume De Machaut) 작곡, 칸델 (Lucien Kandel) 지 / Aeon / 2009년 12월
평점 :


이 기욤 드 마쇼에 대한 사항이 장난 아니다.

 

서양음악 역사상 작곡가로서 그 작품, 생애, 신원 등이 밝혀진 최초의 작곡가다.

설마 진짜 최초이겠는가마는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초가 되겠다.

 

오늘날 서양사회란 고대말기에 프랑크 제국이 생긴 이래의 중서부 유럽 문화를 말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기욤은 사실상 오늘날 서양음악의 직접 시조가 되는 음악가들 중 알려진 유일한 사람이다.

 

뿐 아니다.

기욤은 미사곡의 아빠이기도 했다.

천주교 미사곡의 유산이란 오페라의 출현과 함께 서양음악 발전의 분수령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음악 역사에서 산업혁명에 비할만한 사건이 바로 소나타 형식의 발생인데, 그 소나타 형식이라는 것도 본래 교회음악 중 하나였던 소네트에서 생긴 것이다.

고로 천주교 교회음악의 발전이란 서양음악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뿌리 중 하나였다고 해도 좋은데, 그 교회음악 중에서도 핵심이 바로 미사곡이다.

그 미사곡을 발명한 대형사고치신 분이 바로 이 분이시다.

 

그런데 이 작자가 음악에서만 그만했으면 되었을텐데 그 정도로는 성이 안찼던가 보다.

 

시인이기도 했는데, 오늘날 서양문학에서 발전했다고 알려진 모든 형식들의 뿌리 역시 기욤이 발명한 것들이다.

서양문학의 형식이 곧 서양음악에서는 음악형식의 뿌리이기도 하여, 서양음악을 바르게 알려면 서양문학과 서양문학사를 필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서양문학의 형식에서 뿌리가 되는 형식들 중 대다수가 기욤 드 마쇼가 발명한 것들이다.

 

오죽했으면 영문학의 사실상 시조로 불리는 영국의 초서가 실은 기욤 드 마쇼를 컨닝했던 작가였다.

일설에 따르면 초서가 프랑스의 랭스에 왔을 때 당시 그 곳 행정관료이기도 했던 기욤 드 마쇼와 만났고, 그에게 사사받았다는 설도 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기욤은 세계 문화사적인 대형사고 깨나 친 분이 되는데, 이 기욤이 세속가요에서도 어쩌면 시조가 될런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기욤 드 마쇼는 샹송의 증조 할아부지 쯤 된다.

 

본 앨범은 기욤 드 마쇼가 작곡한 발라드들만 모아놓은 앨범이므로, 기욤의 음유시인으로서의 자질과 음악가로서의 자질을 동시에 엿보게 해준다.

 

참고로 기욤 드 마쇼는 생전에 행정관료로서 여러 군주들에게 팔리던 사람이기도 했다.

 

어째 서양중세와 조선시대는 서로 닮은 점이 많다.

박학다식에 다재다능이야말로 어느 한가지 재주 똑뿌러지게 잘 하는 길로 여기고, 한우물 잘 파는 진짜 정도의 길로 여겨 이런 인물들을 배출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