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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Crazy
기타제작사 / 1994년 7월
평점 :
필자는 한 때 국내 가요계가 라틴음악 의존도가 높았음을 논증한 바 있다.
그런데 국내 가요계를 그렇게 만든 주인공 중에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라는 명인이 있었다.
본 앨범은 그 명인의 노래가 세월이 지났고 그 사이에 청취하는 세대들이 달라졌음에도 오히려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다.
우선 그의 이름이 명불허전임을 절감하고 무릎을 치게 한다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현재 대미 의존도가 더 높아진 국내 가요계 풍토나 청취자 취향으로 봐도 만족스러운 노래들로 가득차 있어 국내 신세대 청취자들도 능히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멀어진 라틴음악이 이렇게 제작된 앨범으로 알려지면 국내 신세대 청취자들이 스페인어 가요에 일제히 귀를 열지 모른다는 확신이 선다.
개인적으로 백미는 6번째 트랙으로 실려, 돌리파튼과 노래한 When You Tell Me That You Love Me라는 곡이다.
그야말로 내쉬빌의 컨템포러리 컨트리 음악의 진수를 들려줄 뿐더러 앨범 전체에서 중간에 클라이막스격에 해당되는 곡을 배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도 해준다.
그리고 이질적인 문화권의 가요일 수 있는 컨트리 음악을 이렇게 소화해내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역량도 충격적이다.
근래 그의 아들인 엔리케가 아빠 따라 가수 활동을 하는가 본데, 한국 청취자들에게 이 이글레시아스 문중을 통해 라틴가요가 다시 인기를 얻는 것도 기대하게 해주는 앨범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전 곡의 편곡 수준이 요즘 전 세계 가요들에 비교해봐도 그냥 가요 정도가 아니다.
게다가 함께 참여한 가수들도 장난이 아닌데다가 참여 작곡가들이 또한 장난들이 아니다.
우선 다이앤 워렌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일부 곡들 상당수가 80년대 말을 풍미했던 팝-하드록 풍인데, 누가 만들었나 했더니 앨버트 해먼드였다.
그러니까 크레이지라는 이 앨범이 그냥 크레이지라는 수록곡을 타이틀 곡으로 사용하여 크레이지가 아니라고 봐야 되는 것이다.
어떤 인연이 있어 제작 총감독이 미친 상태에서 앨범을 제작했기에 그 노래도 나왔다고 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