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들판이 있다
모든 선과 악에 대한 생각들 너머에
거기서 그대를 만나리

내가 필요로 하는 건 지금의 이 ‘앤젤‘이 아니라,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다른 천사였다.
그 여자의 존재는 지금과 다른 삶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상징했다. 그 여자가 이들 가운데로 오는 것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희망 없음과 상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일일뿐이었다. 그 여자가 자신의 개인 제트기를 타고 원래의 편안한 생활을 향해 떠날 때, 이곳의 난민들은 밤새 피워둔 난로에서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해서 숨진 아이들을 땅에 묻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98
이런 식의 은어적인 표현은 내 안에서 불안정함과 무지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나로선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왜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손상시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어찌 됐든 내 안에는 경멸만 가득 차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 P105
눈에 보이는 거라곤 사람처럼 보이는 어떤 생물 안에 들어앉아 있는 괴물밖에는 없는 거예요. - P131
동료 인간과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인류는 이 지상에 살 권리가 없어, 나는 생각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각각 괴물이 살고 있는 거야. 또한 생각했다. 질란, 네르기스, 멜렉나즈를 비롯한 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동물이었고 우리 또한 이 끔찍한 인간이라는 종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됐을 거야. 우리는 우리가 다른 동물군이나 식물군에 비해 훨씬 더 진화되었다는 생각으로 우리 자신을 속이고 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런 식의 생각은 그러나 얼마나 천박한 것인가. - P135
질란과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로,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나는 항상 해오던 걸 한다. 걷고, 말하고, 먹고, 내가 해오던 모든 걸 한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나는 이 모든 걸 공허함을 느끼면서 한다. 저 안 깊은 곳에 텅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함이다. - P152
이건 내가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다. 인간이라고 불리는 존재들 사이로 다시 돌아가 같이 살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인간을 장악하고 있는 하레세, 사막의 짐승한테 그랬듯이 우리의 입속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있는 그것을 나 자신으로부터 제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한때는, 나는 사람이었다!" 라고 중얼거리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 P153
나는 변했다. 마르딘이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그곳의 사람들은 그토록 고통받고 있는데 여기 사람들은 이스탄불에서 제일 맛있는 스시를 먹을 수 있는 식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쇼핑센터들로 몰려다니면서 소비와 서구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광분하는 도시형 인간들을 많이 목격하면 할수록, 내 눈에는 신자 산의 협곡에 버려진-이미 사체를 탐하는 동물들에 의해 갈가리 찢겼을-어린 소녀의 몸뚱이가 더 자주 떠올랐다. - P187
나는 동정을 원하지 않아요, 나는 다른 누군가가 나에 대해 미안하게 여기는 것 필요하지 않아요, 동정은 잔인함의 한 부분이에요, 나하고 내 아이는 그 대상에서 빼주세요. 동정은 잔인함으로 생긴 상처를 아물게 하지 못해요. - P195
어쩌면 내가 도와주고 싶은 대상은 당신보다 나 자신일지도 몰라요. 나는, 다시 한 번,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원해요. 난 네르기스가 치료를 받는 걸 원해요. 내 안에서는 아주 깊은 불안이 나를 흔들고있어요. 이 불안이 나를 서서히 죽이고 있어요. - P209
일곱째 날, 당신은 하려 했던 일을 모두 마치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어요. 어쩌면 그 일곱째 날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죄 없는 자들의 고통에 찬 비명이 당신한테 도달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당신은 모든 것이 좋았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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