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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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선잠에서 깨어나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채 스스로 자각조차 어려운 호접지몽을 경험하곤 한다.

정보라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현실 그 너머 어딘가에 독자가 머물도록 죽음이나 상실, 폭력과 같은 어두운 주제를 통해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관조적 시각으로 무미건조하게 풀어내는 작품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독자가 몽환적 환각상태에 빠지도록 구성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간키 어렵고 모호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기행을 저지르는 인물들과 소재의 의뭉스럽고 괴기스러움을 통해 비현실적 요소들이 오히려 현실성을 도드라지게끔 강조했다.

끔찍함과 기이함의 혼재 속에 취해 머물다 보면 마치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이 역설적 의미로 떠오른다.

너무나 괴기스럽고 생소하지만 생생한 소풍을 다녀온 것만 같은 감각.

저자는 리발관의 괴이와 같은 작품들로 하여금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되게끔 시니컬하게 죽음을 묘사하는가 하면 타인의 친절이나 전화와 같은 작품에서는 죽음이 빚어낸 상실과 이별의 아픔을 끝없이 하강시켜 침잠시키기보다는 비통한 감각임에도 호기심을 이끌며 담담하면서도 적나라하게 그려 오히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극대화시키는 탁월한 필력을 보여주어 직접 겪지 않은 고통의 아픔마저 나의 이야기로 와닿게 그려냈다.

본문에서는 작품마다 활짝 열려있는 결말로 상상을 펼칠 수밖에 없게 구성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시한다.

하여 독자는 이를 통해 어두움, 삶의 그림자와 같은 이면이라는 공통된 주제들이 갖고 있는 묘한 매력으로 이끌어 점점 취하게 된다.

그로테스크함의 극단에 있던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로 하여금 나 역시도 마치 다양하고 낯설며 독특하지만 기가 막힌 미슐랭 음식들이 즐비한 뷔페 같은 그곳에 흠뻑 취한 채 후유증을 한가득 안고 나온 기분을 선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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