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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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 유럽여행을 하던 나는 거리에서 스쳐 간 사람들이 동양인인 나를 보며 입과 코를 가리며 지나가는 일을 겪곤 했다.

이와 같이 과거로부터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차별과 혐오의 역사는 세월의 흐름에도 아직까지도 사그라들지 않은 채 지금도 우리 곁에 비일비재하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은 인종 간 결혼 금지뿐만 아니라 백인의 눈조차 마주칠 수 없을 만큼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하던 시기, 동양인들은 재판에서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는 아이러니한 법원이 자연스럽고, 구직활동을 외모만으로 거절당하며, 유색인종은 인도가 아닌 차도로 통행해야하는 등 일상 곳곳에 차별이 당연시되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열 일곱살 동양인 소녀 조 콴의 이야기이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실직을 하고 아래층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방에서 기거하는 조 콴과 올드 진.

그녀는 스스로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한계에도 굴하지 않고 스위티 양이라는 가명의 입을 빌려 현명한 주장을 내세운다.

이는 열일곱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편견 없이 올바른 자세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선각자의 모습을 보여주어 오늘날 비뚤어진 페미니즘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홍수 가운데 페미니스트의 정석인 지젤 알리미를 연상케 했으며, 도덕관념이 없는 여자들이 자전거를 탄다는 편견 속에 승마 바지를 입고 자전거와 말을 타는 혁명과 같은 모습은 코코 샤넬의 면모 또한 떠오르게 했다.

작품은 비단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이슈뿐만 아니라 이를 뛰어넘어 다른 이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조의 곁에 남은 올드 진의 미스터리한 사연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등장인물 사이의 충격적인 관계를 드러낸다.

반전으로 하여금 독자에게 전율을 일으키며 촌철살인의 속담과도 같이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 넘치는 표현들, 알파벳 'G'를 활용한 창의력 넘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매력의 뽐낸다.

베일에 싸인 '스위티'라는 가명으로 투고하는 칼럼이라는 흥미로운 전제조건으로 시작하던 조의 이야기는 유색인종에 여성이라는 선천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백이 넘치는 당당함으로 무장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아직도 눈에 띄지 않는 차별과 혐오가 저변에 깊숙이 깔린 오늘날, 우리 모두 스스로의 사상을 한 번 더 재고해 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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