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사 선생님이 와서 우리 아빠를 죽였어요.“아이의 장난전화와도 같은 한 통의 신고 전화.마치 SNS에서 유명한 영상 속 기지를 발휘한 경찰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듯 이누카이와 그의 동료들은 확증 없이 소년의 신고만으로 아이를 찾아 나선다.이윽고 그들은 실제 아이의 아버지가 사망했으며, 사망 당일 두 명의 의사가 다녀갔다는 뜻밖의 제보를 듣게 되는데…작품은 시한부 환자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사할 것인가,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스러움을 전가한 채 방치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안락사를 인간의 권리로 주장하며 청부살인과 마찬가지인 행위를 자행하는 이른바 닥터 데스의 행위를 다루며 그를 좇는 과정을 그렸다.연이은 살인의 행적이 드러나자 수사는 공개수사로 전환되며 대중의 또한 첨예하게 의견이 나뉜다.인간의 존엄성을 주창한 그에게 외려 경도되어 응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목숨 값으로 단돈 20만 엔을 받고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로 취급하는 이들.선이 무엇인지, 무엇이 최선이며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 정답 없고 출구 없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독자는 이 질문에 대하여 탐구하며 도덕적 윤리와 충돌해 맞서는 팽팽한 주장과 사례들의 향연에 귀결을 내릴 수 없는 트롤리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또한 죽음 앞에서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려 희망을 잃게 된 가족의 무능과 가족애에서부터 시한부 환자와 그 가족이 떠안은 부담을 개인이 아닌 일본 의료문제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펼쳐짐에 사회적 이슈에도 한발 더 가까이 내딛는다.여기에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을 벗어나 주인공 이누카이가 환자의 편안한 임종을 위한다는 명목하 대중이 보편적으로 인식 하는 도덕에 위배되는 행위를 자행하는 닥터 데스의 행위를 본인이 경찰로서 지켜야 할 선을 가까스로 지키며 소임과 지조를 지키는 태도에 대해 동일시하며 직업윤리 저번에 깔린 도덕성과 아웃사이더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한다.작품 초반부터 기발하고 기묘한 단서들로 호기심을 유발하며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 이번 작품은 특히나 특징 없는 범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불가능에 가까운 수사 일련의 과정들을 유려하게 설득해나가는 이누카이의 능숙함이 함께 어우러져 결말을 예상치 못해 짜릿한 소름을 느끼게 만든다.하여 이번 작품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 특유의 끊임없는 반전과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다양한 의학지식의 열거에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가운데 감동과 눈물까지 더해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이름에 손색없는, 더없이 훌륭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