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을 걷는다 - 내 안의 빛을 밝힌 770킬로미터의 기록
조태경 지음 / 북센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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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은 바로 상실의 아픔이 아닐까.

2021년 열 손가락이 없음에도 꿋꿋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여 장애인들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준 김홍빈 대장이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산에서 잠든 기억이 떠오른다.

그와 함께한 이들과 국민들이 간절하게 그의 무사 생환을 기도하며 마음을 졸였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비극은 많은 이들에게 상실의 아픔을 안겨주고 떠났다.

본문의 저자 역시 27년 전인 20대 초반,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하던 악우(岳友)가 아발란테, 즉 눈사태로 인한 죽음을 맞는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한 후 자아를 찾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차마 그를 수습하지도 못한 채 하산을 한 후, 저자는 슬픔과 원망, 자책이 섞여 죄책감에 사로잡히던 가운데 이를 감내하고 극복하기 위해 49일간의 백두대간을 순례할 계획을 세운다.

이 49일의 순례길에서는 그가 일평생을 누구를 위해 살아온 것인지, 삶과 죽음의 간극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적에 대하여 고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데미안을 떠올리기도, 어린 왕자를 떠올리기도, 파우스트를 떠올리기도 하며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은 산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등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함께했기에 사소한 사건들마저 나비효과로 이어져 스스로를 성찰하는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여기에 20대 초반이라는 젊음의 패기가 돋보이는 여정에는 산악인이나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영남 알프스나 설악산과 같이 가슴을 뛰게 하는 포인트가 곳곳에서 등장해 설렘을 선사하기도 해 반가움도 함께 했다.

허나 등산객들에게 감탄과 응원을 힘입어 꾸준하고 성실히 나아가던 순례길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고통이 잇따르고, 허기짐에 체면도 무시한 채 청결하지 못한 위생상태의 잠자리에 익숙해져야 하는 위기도 담겨있다.

이 모든 불편을 감내하며 극복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타인과의 대화로 얻은 깨달음과 격려, 베풂을 통한 정이라는 감사한 경험들이 있었으며 그 또한 받은 감사를 돌려줄 마음을 지니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저변에 깔려있었다.

평소 갖고 있던 상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새로이 깨달음을 얻고 알을 깨게 되는 그의 모습을 보자면 독자 역시 뇌리를 스쳐가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상실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길을 잃어버린 이들이라면, 현실에 지쳐 포기하기보다는 산과 같이 삶을 환기시킬 계기를 통하여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진정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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