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그린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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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익숙하게 살아간다.

허나 그것이 사라지고 갈증과 필요를 느끼는 순간 우리는 위기를 느끼고 종국에는 고통을 경험한다.

이는 과거로부터 뿌리 깊게 각인된 인종 차별과 그 성격을 나란히 한다.

유색인종이 아닌 이들에게는 백인이라는 선천적 권리 또한 그들만의 특권이지만 그들은 스스로가 보호받고 있는 줄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 경제에 큰 기둥이며 엄청난 파급력의 J.P. 모건 체이스의 설립자 J.P. 모건.

이 이야기는 바로 그 J.P. 모건의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벨 그린에 대한 이야기다.

만연한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이 자행되며 남녀평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사회에서 그녀는 J.P. 모건의 사서가 되었고 도서관 건립과 사교계를 섭렵하며 여성인권 신장에 큰 이바지를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J.P. 모건을 현대판 메디치로 만들 거라는 포부를 이루어낸 인물이라는 업적에도 대외적인 활동 이외 사생활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신분을 숨기고 백인의 삶으로 이루어낸 실상이 아프리카계 유색인종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벨 마리온 그리너가 아닌 벨 다 코스타 그린이라는 백인 여성으로 살아가게 된 기구한 그녀의 삶.

하버드 최초의 유색인 졸업생이자 흑인과 유색인을 위해 싸우는 아버지 아래 태어났지만 현실의 냉혹함에 그녀의 어머니는 백인의 삶을 택하며 아버지와 갈라선다.

가정마저 와해되도록 만든 가혹한 현실 앞에 자녀를 위하여 무릎 꿇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

어쩌면 감시로 느껴질 수 있을 어머니의 품 안에서 매사에 신중을 기하며 자책과 낮은 자존감으로 살아가는 가혹한 현실은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모든 행실에 신경을 쓰며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고 숨죽이며 이어간 파란만장한 삶.

그것은 마치 마를린 먼로와 노마진 베이커의 간극과도 같았다.

또한 유색인이기에 자녀의 피부색까지 생각하며 커리어를 위해 이성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던 이야기와 같이 유색인이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화와 부당하게 고군분투하며 편히 누리지 못한 삶, 사랑 이야기들은 그녀로 하여금 페이지터너의 매력을 온전히 갖추어 단숨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탁월한 안목과 사업 수완으로 백인 남성들 안에서 빛을 보이는 면모, 악명 높은 J.P. 모건을 마주하는 데 있어 가족보다도, 연인보다도 특별했던 그들의 긴장감 느껴지는 관계들은 피부색에 감춰진 그녀의 삶을 빛나게 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몇 해 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다.

하지만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비추어 보노라면 아직까지도 저변에 깔린 인종차별은 만연하고 백인들 또한 그들이 갖고 있는 특권을 망각하고 살아가는듯하다.

이 안타까운 작금의 현실은 본문에서도 다양한 실존 인물과 시대상들의 나열에 더욱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다가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소설이 아닌 현실이기에 더욱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도 색안경을 끼고 있는 이들에게 벨그린을 감상하길 추천하고 싶다.

제발 깨어있는 선각자가 되어 더 이상은 제2의 고통받는 벨 그린이 나오질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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