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월이면 자주 언급되는 수능 한파.

이는 대한민국 교육 과정의 종착지라고도 볼 수 있는 수학 능력 시험일이 11월 중 가장 추운 날이라는 뜻에서 파생된 단어로,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부담과 걱정, 떨림이 전해져 날씨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11월의 여느 날과는 사뭇 다른 매서운 추위가 느껴지는 단어이다.

이처럼 시험이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고 마주하기 껄끄럽고 불편한 존재임이 틀림없는데, 이 감정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1933년 출판된 게르버는 출판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임에도 오늘날의 우리가 겪고 있는 오늘날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며, 반복되는 졸업 시험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운 주인공 게르버의 내면을 소름 끼치도록 섬세하게 묘사해 화자의 심적 부담이 직접적으로 전해져왔다.

통칭 쿠퍼 신이라 불리는 수학교사 아르투어 쿠퍼는 학생을 입맛에 맞춰 재단하는 존재로 권력을 앞세워 유치할 만큼 저열하게 학생들을 괴롭혀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낸다.

화자인 게르버는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거나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도 미성숙함을 보여주는데 이 반복되는 상황들로 하여금 그가 쿠퍼 신과 대비되는 모습을 극대화시켜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독자들은 한마음으로 게르버의 합격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릇된 어른의 모습으로 주객이 전도당하며 희생당하는 학생들의 실상을 참신하고 기발한, 시어와 같은 표현들과 뼈 있는 문장들의 향연으로 각인시켜, 읽는 동안 저자의 유려한 필력은 독자로 하여금 쉴 새 없이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저자 또한 게르버와 같이 혼돈의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고, 작품을 쓰던 일주일 동안 실제 무려 열 건의 학생 자살 소식이 신문 기사에 실렸다고 하니 고증을 통한 혼란이 더욱 적나라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허나 이는 소설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르버는 오늘날의 현실과 동떨어진 바가 전혀 없다.

참된 교육자로서 지향해야 하는 자세가 무엇인지, 허점 투성이의 교육과정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고 반성하게끔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건네는 현실이 녹아든 우리 눈앞의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