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과거에 횡행하던 연쇄살인범이 사라진 이유는 대한민국의 경찰의 뛰어난 검거율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저변에는 해결되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남아있으며 그 피의자가 존재한다.

장강명 작가가 6년 만에 출간한 이번 작품은 20년 전 신촌에서 벌어진 장기미제 살인사건을 다룬다.

범인과 경찰의 시점을 오가며 색다르게 전개되는 이번 작품은 범인의 독백이 매우 인상적이다.

기묘하고 깊은 심연에 의식이 침잠해있는듯한, 우울감이 저변에 깔린 그에게는 세 가지의 인격을 가진 자아가 공존한다.

또한 그는 지속적으로 살인과 범죄에 대하여 철학과 고전,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을 앞세워 연관 지으며 설득력까지 갖추어 너무나 합당하고 일리있는듯한 예시까지 동원해 범행을 합리화하고 그럴싸하게 항변한다.

그의 주장을 관조하노라면 독자가 스스로 가지고 있던 통념마저 사이코패스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인 양 그의 주장에 대해 납득할 수밖에 없는 사고로 변모하고 만다.

마치 오컴의 면도날과 같이 단순함을 진실로 치부하며 다가가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로 도덕의 기준과 선악, 법률적 제도의 오류, 트롤리 딜레마의 문제를 언급하며 수없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판단을 내리도록 종용한다.

이로 추론해보건대 그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기에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 가명의 인물과 가공의 장치들이 아닌 실명과 실재하는 건물과 학교들을 제시해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또한 형사 연지혜의 시선과 배경, 장치들로 하여금 피해자 민소림과 본인 스스로를 동일시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이와 현실의 간극에 상황과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불러오는 아이러니함까지.

추가로 경찰로서 가져야 할 소양과 자질,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범죄 수사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제공과 함께 과거 미흡한 초동 수사 시스템이나 법적 제도에 대한 비판이 함께하며 여기에 장강명만의 위트도 엿보인다.

범죄에 대한 극 사실주의의 지식들은 방대하면서도 섬세히 그려져 무릇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죄를 다룬 작품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수준의 퀄리티로 무장했기에 저자가 사전조사를 얼마나 철저히 해왔는지, 작품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해왔는지 느껴진다.

미궁에 빠진 수사 진행 상황과 태연함으로 무장한 범인의 행적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어지는 작품 재수사.

조금씩 수면위로 드러나는 사건의 경황과 앞으로 펼쳐질 피의자의 주장과 법적 제도 사이 그 간극의 오류 또한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내 참을 수 없는 갈증으로 당신은 1권을 순식간에 읽고 2권을 곧바로 찾아 들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