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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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대한민국에는 통행금지라는 법규가 존재했었다.

과거 자료에서나 보던 이 제도는 1945년부터 행해졌으며, 낮과 달리 밤에 벌어질 위험과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치안을 명목으로 1982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한국의 예시와 마찬가지로 유럽 역시 오늘날 흔하디흔한 가로등과 CCTV 등의 부재로 빛이 없어 개와 늑대가 똑같게 보이는 땅거미의 시간에 도사리는 위험을 대비하여 야경꾼이나 법적 제재 등을 통하여 밤의 위험성을 경고하곤 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과 사뭇 다른 밤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도서는 소소한 세계사로 알게 된 조한욱 교수가 옮겨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특히 옮긴이 서문에서 밤에 대한 잡학 사전이라 언급하며 포문을 열기에 다소 방대한 분량에도 부담 없이 다가왔으며, 누구나 그렇듯 밤이라는 개념을 따로 떨어뜨려 별도로 생각해 본 경험이 전무한 터라 밤에 벌어진 사고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총망라하여 보여주어 흥미를 더욱 배가시켰다.

여기에 구체적이며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시대적, 역사적 사실 등을 기반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과학의 진보가 있기 이전의 인간의 순수성을 엿볼 수도 있었고, 밤 시간 그들만의 생활상을 면밀히 알아볼 수 있었으며 그리스신화, 종교, 마법이 어우러지는 신비와 오묘함의 시간 속에서 명상과 고독, 사념에 취하기도 하던 모습들이 선연히 그려졌다.

good night과 같이 현재도 사용하는 문장들, 관용구와 단어들의 어원들이 밤의 독특한 풍습으로 인하여 파생되었다는 유래들도 새로웠고 미신들과 주문들까지도 어찌나 흥미로운지 다양한 매력에 페이지가 절로 넘어갔다.

다만 무릇 어디에나 장점과 아름다운 것만 내포하고 있지는 않고 한 가지만 취할 수도 없는 법.

본문에서는 과거 횡행하던 성차별이나 계급에 대한 부당함의 예시가 쏟아지기도 했다.

허나 이 역시도 역사적 인식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날과 대조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어쩌면 오히려 인식의 변화 역시 동일선상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밤에 벌어진 범죄는 재판 과정에서 처벌 또한 달랐지만 끔찍한 범법 행위들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뜻하기도 하며, 화재의 위험 또한 컸기에 밤은 지속적으로 두려움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 밤의 근본적 원인은 경제적 빈곤으로 야기된 것이었으며 고된 노동 역시 결코 유리된 원인이 아님에 안타까움도 들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변화된 수면을 포함한 생활패턴의 변화.

그러나 그 안에는 과거 수많은 위험과 공포, 두려움을 포함한 밤의 아름다움과 영광, 오직 밤이 갖고 있는 자아 성찰과 명상의 시간까지 녹아 있었기에 밤의 신비로움에 흠뻑 취해 꿈을 꾸며 시간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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