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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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난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어요. 발레리노가 아니라.

털 난 물고기 모어는 톡톡 튀는 제목과도 같이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삶인 무용과 드래그를 하는 모어 모지민님의 진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화려함의 이면, 어린 시절부터 저자는 폭력과 폭언, 이분법적 사고와 시선에 지친 그저 한 명의 인간이었을 뿐임을 진솔하게 그렸다.

처음 그의 글을 만나는 독자들은 조금은 저속한 표현들에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글은 그 속에 깃든 지리멸렬한 삶의 환멸에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읽는 동안 지치지 않고, 상처들을 감내했을 과거의 경험들에 너무나 위대하고 존경스럽다고 느껴졌으며 여기에 유려한 글 솜씨까지 돋보이기에 흑조가 백조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는듯했다.

악다구니 쓰며 발버둥 치던 다사다난한 일대기마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상하며 혜안을 가진 부모님의 하염없는 사랑으로 버텨낸 저자는 그런 날도 있는 법으로 이중잣대로만 판단하는 역겨운 세상을 살아가며 겪은 부당함으로 받은 상처들조차 걸출한 유머와 해학으로 녹여 표현했다.

존 카메론 미첼과의 친분까지 자랑하며 해외를 누비며 공연을 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낮은 자세로 겸허히 누군가가 건네는 관심과 시선, 사랑에,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인간이었다.

저자는 낯섦을 느낄 틈 없이 시나브로 우리에게 다가와 겸손으로 소탈한 매력의 공감을 선사하더니 순수하고도 인간적인 매력과 처연함으로 독자를 홀리게 매료시켰다.

본문에서 그는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상실감 속에 지닌 따스한 인간미 또한 느껴져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이후 기묘하게도 홀연히 사라진 연기같이 이 책을 마무리한다.

솔직함과 당당함, 인간미까지 갖추며 사랑을 받고 나누어 주는 모어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유니크한 매력과 소신을 가진 끼쟁이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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