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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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서점 주인인 멜컴 커쇼에게 FBI 요원 그웬 멀비가 찾아온다.

지속적으로 발생된 살인사건의 뒤를 밟아 오다 연결 고리를 검색하던 중 당신이 과거에 게시한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글을 발견했노라고.

멜컴이 게시한 글은 추리 소설 고인물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고전들로 채워진 여덟 건의 작품 리스트였다.

그웬과 멜컴은 살인 사건의 공통점과 게시글을 대조하며 이를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찰리로 일컫고 행적을 되짚어나간다.

그들의 수사는 이후 언제 다시 자행될지 모를 모방 범행이 준비되어 있기에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평범하던 화자는 조금씩 독자에게서 거리가 멀어져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이윽고 수상함으로 변모하고 의심스러운 과거와 행적들마저 언급된다.

그의 독백으로 펼쳐나가는 작품이기에 온전히 그의 이야기에 의존하여 추리를 해나가야 하지만 이 또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추측성 독백이 잦아지는 반복에 독자는 범인을 색출하는 데에 난항을 겪게 되고, 미묘한 기운이 흐르며 저자의 모든 이야기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을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독자에게 달려있다.

의미심장한 한 마디 한 마디와 줄지어 나열되는 고전 추리 소설들의 향연에 향수를 느낄 찰나, 작품은 혼란 속에서 이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범인이 드러낸다.

정보의 홍수 속에 거짓과 진실의 베일이 벗겨져 나감과 동시에 다시 찾아오며 작품의 결말 역시 추리 소설답게, 연기와 같이 마무리된다.

이번 작품은 과거 읽었던 다양한 작품들의 줄거리나 등장인물, 추리소설의 역사와 형식까지 드러나 과거 읽었던 프랑스 소설 오봉로망의 매운맛 편을 읽는듯한 묘미를 주었고 심지어 대사 한 줄로만 언급되는 작가와 작품에도 반가움이 배가되었다.

여기에 걸출한 글 솜씨로 그려낸 디테일한 배경 묘사와 그에 걸맞는 빠른 전개 속도가 어우러져 이미 영상화된 작품을 텍스트로 읽는 듯한 기시감마저 들었다.

비록 나는 범인 색출에 실패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추리소설의 진정한 매력을 다시금 맛보아 짜릿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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