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의미는 그에 대하여 기대를 하고 그에 맞추어 채비를 한 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하여 이번 그림의 방이라는 도서는 “기다리는 미술”이라는 부제와 함께해 미술작품의 작가가 표현한 수많은 미술작품들이 이미 나를 맞을 준비를 한 후 그곳에서 기다려 주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작품들을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다가와 책을 마주한 후 앞으로 떠날 여정에 무척이나 설렜다.다양한 컨셉의 방들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펼쳐진 그림들은 심미적 갈증을 해갈해 주었으며 익숙한 작품은 물론 낯선 작가와 처음 마주한 작품들까지도 그 안에 내포된 사연들로 하여금 지적 갈증까지 충족시켜주었다.고리타분한 역사 이야기가 아닌 작품을 제시 후, 미술사적 사실을 제기하여 호기심을 이끌었고 난해하게 설명하지 않고 미술적 상식이나 기본적인 요소마저 유관 정보들을 제시한 뒤 쉽게 풀어내어 관심이 없던 독자들도 쉬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특히 이번 도서가 타 미술 관련 서적들과 눈에 띄는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린다 노클린의 저서인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를 떠오르게 할 만큼 다양한 여성 미술가들에게 주목했다는 점이다.드러나지 않거나 곡해되어 겪게 된 그들의 다사다난한 일화들 가운데는 이름을 찾기까지 2세기가 걸린 빌레르, 사후 330년 만에 개인전이 처음 열린 바우티르, 17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던 오펜하임과 같이 대중에게 낯선 작가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었다.특히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추상화의 첫 포문을 열게 된 작품이며, 초현실주의 화가의 기법인 ‘자동기술법’의 시초이고 잭슨 폴록보다 앞선 기술이라는 사실에 절대 잊혀져서는 안될 위대한 미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여기에 최초의 자화상과 최초의 누드 자화상을 그린 뒤러, 남성 누드화를 그린 바우티르와 같이 알지 못했던 정보들의 홍수에는 쾌감마저 잇따랐다.때로는 푸른 하늘 어딘가에 서명을 했다는 이브 클랭의 서정적 아름다움에도 취하기도 하고, 이케아의 모델이 된 라르손, 소피 칼의 작품과 같은 독특한 현대미술과 궁정화가로 유명했던 루벤스가 외교관이 역할까지 했다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술가들의 비하인드스토리까지 알게 되어 새로운 정보들을 향연에 순식간에 독파하게 된 시간이었다.또한 일부 예술가들의 당대 받았던 비판과 현재의 달라진 처우가 돋보여 흥미로우면서 한 편으로는 씁쓸해 드라마와 같은 현실에 그들을 기리며 영상화하여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여기에 세계사까지 아울러 전달하며 저자가 작품을 통해 시사하는 바를 꼬집어 사회비판적 논조로 날을 세우기도, 위대한 작가를 더욱 높이 칭송하기도 하여 만학임에도 끈기와 열정으로 꿈을 이루는 이들과 외롭고 고독스러웠던 삶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꺼져버린 안타까운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들에 마치 소설 작품을 읽듯 도서에 빠져들었다.풍성한 지식 함양으로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준 이번 도서의 말미에 저자가 독자들에게 이미 미술 애호가라 명명해 주는 멘트는 나 또한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마무리까지 흡족한 미소로 귀결되는 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