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가 -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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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 당시 방문했던 카페 플로리안.

그곳에서 음미한 핫초코에 대한 향수는 수 년이 지났음에도 매일 커피를 마시는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300년이 넘는 가게의 유구한 세월 덕분이었다.

그리고 여기, 이번 도서인 카페 일가에서 만나 볼 추억이 깃든 카페 역시 길고 긴 세월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킨 교토의 명물 카페 로쿠요샤였다.

기실 100년이 넘는 세월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가게의 이미지는 일본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다.

여러 다큐멘터리나 다양한 매체에서 고도의 기술을 가진 장인의 이야기를 워낙 자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의 생산지도 아닌 동양의 카페가 무려 70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다는 사례는 너무나도 생경했기에 커피 일가의 이야기를 더욱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패전의 전란 이후 만주에서 청산가리가 든 봉투를 품고, 살기보다 버틸 수밖에 없었던 지리멸렬한 삶을 뒤로한 채 일본으로 넘어온 1대 미노루가 현재 지하 점포를 맡고 있는 2대 오사무, 일층의 3대 군페이로 이어져 운영하기까지.

로쿠요샤는 정도를 따르면서도 부지런히 각고의 노력을 담은 고유의 비법과 철학이 함께 해 가족경영이라는 장단점과 점주의 고령화, 프랜차이즈 커피의 홍수에서도 존립위기를 겪어내며 가게를 지켜낸 것으로 보인다.

하나둘 사라지는 주위의 가게들, 특히 140여 년의 역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점포들을 바라보면서도 카페 일가는 1대 사장이 남겨준 재산마저 적자를 메우는 최후의 수단으로 감내한다.

생계 수단이 되는 재산마저 투자로 강행한 에피소드는 이들이 얼마나 깊은 고심을 했을지를 바로미터로 보여주는 지표였고, 여기에 가족의 애환과 우여곡절이 짙게 녹아있어 카페에 대한 긍지나 직업적 진솔함 마저 느껴졌다.

물론 과거보다는 나아진 가게 사정이겠지만 현재의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쩌면 또 다른 위기를 겪을지도 모를 이 시기에, 찻집 영업시간이 끝나면 지하점의 바 영업이 시작되는 무궁무진한 매력의 로쿠요샤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의 소망을 담아 번영하길 기원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언젠가는 웃을 수 있게 되는 단어인 희망이 함께하길 바라며 패션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 오는 것처럼, 레트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오늘날 이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언젠간 나에게도 섬세한 서비스를 갖춘 커피 일가의 커피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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