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섬
마노엘 지음 / 달꽃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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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몽환적이며 고요한 바다.
이 잔잔한 바다에서 만난 해인.

심해에서 관조하는 하늘을 찬미하며 섬을 기다린다.

소수의 인물과 짧은 분량은 마치 소설임에도 시와 같이 느껴졌고 전개 방식 역시 함축적 은유가 가득해 독자는 무한한 상상의 기회를 통해 자기만의 해인의 섬을 만들게 된다.

그림처럼 그려진 바다와 벼랑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치명적인 유혹의 세이렌과 같은 존재를 맞닥뜨린다.

작품에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난 인물인 해인 이외의 인물에게는 이름이 없다.
허나 이 명명되지 않은 소녀와 노인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독자를 시나브로 해인의 섬으로 이끌어 서서히 잠식되게 한다.
침잠한 나는 수분기 없던 하이얀 티슈가 젖어가는 모습처럼 조금씩 희미하지만 확실하고 빠르게 푹 젖어 부드럽고 수분기 없던 가벼운 종전의 모습을 감추고 만다.

감상으로 스며든 나는 먹먹함에 취해있다 큰 울림으로, 뭉클함으로 깨어났고 희망과 한 줄기 빛을, 구원의 손길을 바라보게 되었다.

삶과 죽음, 기억과 고독의 딜레마에서 그 경계들의 의미를 정의하며 여느 타성에 젖어 감상으로 비극을 풀어내는 타 소설과 판이한 전개로 어쩌면 소리 없는 절절함의 호소를 듣기라도 한 듯,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찬찬히 읽게 되었다.

이번 해인의 섬의 마노엘 작가는 내가 처음 만난 작가였지만 미온의 온기로 독자를 아주 서서히 은근히 그렇지만 꾸준히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기에, 오랜만에 호기롭게 작가가 그동안 남겨온 발자취를 따라 다른 작품들을 섭렵하고 의욕적으로 탐구하며 작품에 흠뻑 취하고 싶어지는 호기심을 전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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