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망고 아일랜드
이진화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쁜 일상 속에도 연차를 영혼까지 탈탈 털어 매년 여행을 다녔던 나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마디로 욜로의 삶을 살았다.

일 년에 많게는 세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고, ENTJ인 나는 여행이 끝나고 지루한 일상을 틈틈이 그다음 여행에 대한 계획 세우기로 시간을 소비했었다.

허나 하늘길이 막혀버린 지금, 나에게 유럽이나 동남아와 같은 해외여행은 더 이상 현실이 될 수 없음에 다음 여행은 단순히 과거 여행 당시 남겼던 사진만으로 추억을 복기해올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 현재, 로맨틱 망고 아일랜드에서 다시금 나의 추억을 가히 뭉클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짜릿함과 함께 마주했다.

필리핀, 홍콩, 태국, 베트남 등 내가 다녀왔던 여행지의 풍경들이 가득 담겨, 여행 당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전문가의 손길로 탄생해 더 선명한 화질과 색감, 감성 한 스푼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어 여행 중 느꼈던 단점은 모두 뺀 후 장점만 모아 다시 한번 즐긴 기분이었다.

새벽 심야버스를 타고 비행기에 올라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의 그 짜릿함에서부터 다시 느끼기 어려운 이 감정이 몇 장의 사진만으로 다시 차올라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또한 사진과 함께하는 저자의 느낌들 역시 공감으로 옛 회상에 잠기기도, 몽글몽글한 설렘도 이끌어냈다.

본문에 나열된 국가에 여행 경험이 없는 이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감상을, 추억이 있는 이에게는 향수로 짙은 그리움을 떠오르게 했고, 워낙 감성 가득하고 세련된 책이라 그야말로 소장각. 인증샷마저 잔뜩 남길 수 있는 자랑할 만한 예쁜 책이었다.

바다에서 반짝이는 백사장의 쪽빛의 하늘에서 시원한 청량함을 느끼며 깃든 행복도 있는가 하면 홍콩의 건물들은 단순히 고층 빌딩이었음에도 내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 쇼핑몰, 지나가다 스친 마천루마저 떠올라 이 삭막함 조차 반가웠다.

중경삼림을 떠올리는 네온사인들 사이, 노랫말처럼 별들이 소근대는 반짝이는 홍콩, 디즈니랜드를 보며, 마카오와 홍콩식 에그타르트의 차이점을 발견하며 미소를 머금고, 잊고 있었던 기이한 속도에 너무 빨라 당황했던 에스컬레이터까지 소환되어 사진 속 홍콩에 흠뻑 젖어들었다.

뒤이어 착한 가격에 함박웃음을 짓게 하던 베트남의 음식들과 원피스 한 벌까지.

이런 소소함마저 이렇게 그리움으로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사진으로 마주하니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해졌다.

여행은 걱정과 고민투성이인 바쁜 일상을 덮어 두고 떠나는 여유로움 그 자체였는데 저자의 사진이 불러온 자유롭고 여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읽는 동안 각박한 현실의 나에게도 전해져 여유와 자유를 향유하며 읽게 되었다.

하여 작은 소망이지만 차기작으로 저자가 유럽으로 떠나 다음 책으로 유럽의 추억도 다시 만나고 싶다.

여행 관련 책을 읽고 단 한 번도 생각하거나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은

“코로나… 정말 밉다.”

이 책은 나에게도 앞으로 쉬이 꿈꿀 수 없는 여행이 그리워질 때 곁에 두고 수시로 답습할 나의 노스텔지어로 남아, 두고두고 꺼내 보려고 손길이 닿는, 눈에 바로 보이는 책장에 진열해 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