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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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어디선가 듣기는 했어도 여전히 생경한 이 알파벳으로 구성된 단어를 갖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에 가까운 남에 대해 기록하고자 썼다고 한다.
그러나 고뇌하며 쓰던 글은 자아에 대한 서술로 변모하여 가장 가까운 남이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서문에서부터 깊은 공감을 주는 이 멘트는 타인에 대해서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스스로는 추측할 수 없는 모순을 적확하게 나타내는듯했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무심한 말투 속에서 유려한 언변으로 독자를 본인의 내면으로 이끄는 글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참 마초적이었다.
ADHD라는 본인을 가감 없이 솔직하고 소탈하게 표현했고, 친인척에게 들은 독설마저도 하나의 에피소드인 양 시니컬한 말투로 쏟아내며 여기 녹아든 위트와 그 속에 숨은 예리한 칼날까지 삼박자가 균형을 맞추어 펼쳐졌다.

이 썰들은 유머러스함 속에 가시와 뼈가 얼마나 많은지, 짧고 간결한 한 권의 책을 긴 시간을 들여 읽고 또 읽고 곱씹게 만들었다.

소소한 웃음의 종국에 눈물마저 자아내는 과감하고도 허심탄회한 고백은 마성의 매력까지 갖추고 있기에 저자는 쿨함 속 그 누구보다 정 많고 따스하고 웃음기 많은 친구로 다가왔고, 읽는 동안 우울의 타이틀을 가진 그녀는 외려 나의 비타민이나 활력소로 다가왔다.

스스로 과거 자연사라는 방법으로 지구에서 배출되길 꿈꿔왔다고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끝없는 가능성이라 명명하거나, 어른들의 도움으로 본인이 덜 모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는 성찰을 언급함으로써 오히려 주위에 감사함을 느끼고, 겸손히 살아가는 긍정적 면모를 보였다.

모두가 전혀 웃지 않게 될까 봐 많은 이들을 먼저 웃긴 후에야 안심하는 사람이라는 이타적인 마인드나 코로나 앞에 희생하시는 분들을 배려하는 사려 깊은 마음가짐 역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명징하게 희망을 품고 있는 존재로 느껴졌다.

우울보다 억울이 거셌다는 저자의 삶을 톺아보니 그것은 우울이 아닌 저자가 밝게 빛나기 위해 담금질 해온 시간이었다고 여겨졌다.

이번 책으로 어깨너머 잠시나마 향유해 보았던 저자의 삶을 보며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왔고 현재도 찬란히 빛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눈부신 존재로 빛내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삶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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