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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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얀마텔이 얀마텔했다.👏👏👏

현대 작품 가운데 그야말로 손에 꼽을 만큼 기발하며 환상적이었던 바로 그 작품 파이 이야기.
여기에 담겨있던 기묘함과 반전 그리고 특색 있던 요소들을 모조리 뽑아 넣었는데 거기에 추가로 조미료까지 듬뿍 넣어 최고의 작품을 넣었달까!

1부에서 등장하는 토마스는 부모를 잃고 연인, 아들까지 잃고 떠나 이후 집마저 잃었다고 생각하며 자동차를 조가비 속에 숨은 바다 생물처럼 집으로 여긴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향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모습에 마치 콜럼버스를 연상시키듯 적확하고 확실한 정보 없이 정처 없이 떠나는 모호한 방향의 의지와 상실로 인해 뒤로 걷기를 실행하는 그의 입장은 더욱 처연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져 몰입도가 높았다.

또한 2부에서는 의사 에우제바우의 시점에서 배우자를 잃고 망상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 이후 성경 속의 예수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공통점의 제시로 죄에 대하여, 익명성에 대하여 언급하며 마리아를 혼돈과 깨달음의 공존 속에서 그려냈다.
이 표현력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전에 그는 더욱 환각과도 같은, 파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비유와 사실의 인지의 오류와 혼란 속의 적나라한 해부가 이어진다.

아이는 곰으로서 라파엘이 안에 동면하고 있다니. 새끼 곰으로 일컫는 엄청난 상상력에 경이로움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 3부의 피터 역시 배우자의 상실 이후 오도를 통해 느끼는 향수.
그리고 인간에게서 외려 회의감을 느끼고 고요에 적응하게 되며 간결한 수단과 목적에 매력을 느끼는 주인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생활에서 나오는 스스로의 인간다움에 이끌린다.

각기 다른 단편인듯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소멸과 상실, 포르투갈과 침팬지. 뒤로 걷기, 소멸된 코뿔소와 같은 공통적인 소재를 가진 이야기들이 펼쳐졌고 해변의 카프카가 생각나기도 하는 구성에 페이지터너의 흡인력 있는 엄청난 매력의 작품이었다.

등장인물과 소재의 그로테스크함이 주는 마력과 조금은 불친절한듯싶다가도 역시나 무릎을 치고 번뜩이게하는 전개는 독자의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진정으로 얀마텔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얀마텔의 작품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심해 저변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쉬이 보이지 않지만 그를 탐구하자면 엄청난 스케일에 마주하며 압도적인 경이로움에 주눅 들고 존재의 이유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고찰하게끔 만드는 매력을 지닌 독특한 소설이라고 사료된다.
그 차별성과 오묘함에 파이 이야기 다음으로 다시금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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