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 언어인 제주어를 지키고자 하는 부에나도 지꺼져도(화가 나도 기뻐도)를 톺아가며 읽다 보면 제주어 특유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하여 이번 서평에서는 제주어를 뜻과 함께 차용하려 한다.서문에서 사라져가는 제주 언어를 언급하며 시작되는 페이지를 베옥이면(조심스럽게 열면) 아름다운 제주어에 대한 뜻과 설명, 저자의 추억들이 펼쳐진다.읽는 동안 내내 곱닥헌(예쁜) 제주 풍경이 눈에 선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펼쳐내는 모습들에 마음이 몰랑몰랑(말랑말랑)해지는 경험이었다.제주어로 써 내려간 시와 이야기들에 이어 표준어로 풀어쓴 이야기들을 대조해 보자면 오히려 제주어로 쓰인 시가 짙은 향토색으로 하여금 따스함과 정겨움이 시를 더욱 매력을 배가시킨다.이어 여러 제주 토속 음식들이 등장한다.줄지어 나오는 음식들의 향연은 군침을 돌게 하는데 그 가운데 특히 제주에 여행을 가면 항상 빼먹지 않고 먹는 음식이 몸국(모자반국)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다.음식들의 이름이 헷갈려 메모까지 해가며 읽었는데 지슬(감자)과 감저(고구마)와 빼데기(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린 것)도 헷갈렸고 페마농(파)은 마치 프랑스어를 읽는 것만 같아 흥미로움도 있었다.반면 가슴 아픈 4•3사건이나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는 제주어로 듣게 되니 더욱더 안타깝고 처참하게 느껴졌다.저자가 부영케(바삐) 살아가며 겪은 여러 이야기들에 지깍(가득) 채워진 깨달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행복했고 떠나간 부모님께서 거념해주시던(돌보아주시던) 기억들과 허물어져간 추억이 깃든 건물, 잊혀졌던 향수를 곱씹어가며 신선하면서도 정겨운 제주어와 함께 그린 저자의 회고가 눈앞에 보이듯 선연했다.마지막 나가는 글에 “힘들었지예, 글 읽젱 허난”(힘들었지요, 글 읽느라) 이라는 저자의 친근한 안부에 벵삭이며(방긋이 웃으며) 제주어를 지켜 고유어를 보존하는데 동참하게 되었다는 뿌듯함까지 안겨주는 감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