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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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칠 년간 평범한 삶을 살던 고등학생 소녀 나인은 어느 날 식물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한 소년을 만난다.

지금껏 정상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온 본인이 인간이 아닌 누브라는 외계인이며 식물과 소통이 가능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2년 전 실종된 선배 원우의 이야기를 나무 ‘금옥’을 통해 듣게 된다.

작가는 판타지 소설로 접근해 신박한 상상력과 스토리로 독자가 흥미를 느낄 때 즈음 우리의 손을 미스터리의 늪으로 이끈다.

상큼한 성장기 연애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기대했다면 당신은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미스터리의 늪에 빠져 짙은 매력과 깊은 마력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혹될 것이다.

또한 주인공 한 명의 시점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여러 화자의 입으로 듣게 되는 각자의 사연들은 마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도입부로 유명한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떠오르게 한다.

인물들의 기구한 가족사 속 숨겨졌던 진실들이 드려나며 이를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판이하게 대조되는 가족 이야기와 끈끈한 우정도 함께 하고 있어 여러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매력과 스토리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짠하고 뭉클한 부분에서는 눈물과 감동도 공존했다.

주인공들 모두 고등학생의 신분이었지만 이 신분의 소재를 오히려 더욱 매력적인 장치로 사용하며 엄청난 몰입도를 보여주는 소설이었기에 디테일함과 치명적인 흡인력으로 하여금 놓아주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스토리가 돋보였던 마성의 작품이었던 나인을 통해 알게 된 천선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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