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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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동물이나 생명윤리에 관한 책을 통해 공장식 축산이 잔인하고 열악하다는 현실은 알고 있었지만 도축장은 처음이었다.

저자는 질병의 징후가 보이는 돼지를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수의사로서 도축장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의 차분한 말투로 고백한다.
그렇기에 현실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지며 참혹했고 더욱더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돼지는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피부 통증의 정도를 측정하는 동물실험을 돼지에게 진행하고, 인간의 심장을 아예 돼지 심장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 한다.
심지어 저자의 할머니는 10년 동안 돼지 심장판막을 달고 사셨다고 본문에서 언급하는데 이렇게 감사한 돼지는 개와 고양이들이 의학 발전의 혜택을 보는 동안 전혀 그렇지 못한다는 현실이 정말 아이러니하다.
사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슈이며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이야기라 읽는 동안 나도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고 평소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고기는 더욱더 찾지 않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와 질병이 있는 고기도 먹을 수 있기에 일부는 버리고 나머지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저자가 더욱 끔찍한 현실을 더욱 가까이에서 접했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 저자에게는 더욱더 충격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독자로서 읽는 동안 불쾌해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 식사 전에도 읽지 못했으며 읽다가 안타까움이 멈칫하는 부분도 많아 읽는데 가독성 있는 짧은 분량의 책이었음에도 시간이 다소 소요되었다. 심지어 저자가 소나 돼지의 꿈을 꾸며 피폐해지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도축장 휴게실 신문 꽂이에는 <사랑스런 꼬마 돼지> 동화가 있고 저자는 돼지가 희귀 암처럼 평범하지 않은 진단을 받을 때가 가장 좋다는 아이러니함.

동물보호 의무 위반 사항을 기록한 노트는 무려 7년 전임에도 개선된 내용은 전혀 없다. 기존에 명시된 기준들도 삭제된다.
저자가 느꼈을 허무함이 피부로 느껴져 너무나 안타까웠고 독자로서 책을 읽는 나도 도움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함만이 남았다.

도축사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면접 시 실신을 안 했으니 합격이라 할 정도로 근무 조건은 열악하다.
수요가 줄어 언젠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수도 있을 이 작업들은 힘든 작업임에도 고령자들만이 이직이 어려워 이어가고 있다.

옮긴이의 주석을 통해 아직까지 전기 수조 기절 법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는데 스웨덴이 이 정도라면 더욱 열악할듯하여 안타깝다.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인사를 하며 받는 인사는 학벌 좋은 사람이 멍청한 돼지 뒤나 쫓아다녀서야 되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퇴사하게 된 이유를 그는 알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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