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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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감성적인 표지와는 사뭇 다른 주제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1989년 여름,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우드랜드 힐스의 강간 사건을 시작으로 20년이 지난 현재, 화자가 관찰자 시점으로 과거 이야기를 펼친다.

처음 접한 시점에서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 타운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읽다 보면 전개와 결과, 피해자와 주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그려지고 육상을 하던 아이였던 피해자 린다가 피해자가 된 후 운동을 그만두고 피아노 치료를 했고, 전반적인 삶이 변화하며 아이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등의 내용도 언급이 되지만 피해자의 시점보다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려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네 명의 용의자. 그리고 그 용의자 중 한 명이며 린다에게 집착하는 화자.
이 조건만으로도 범인이 궁금해지는데, 비단 그 4명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들과 의심 유발자들이 언급되어 더욱더 가해자와 결말을 알 수 없는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면 성추행범 체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체스터가 10주년 동창회에서도 성희롱으로 고발당했다는 주제를 끄집어내며 의심을 거둘 틈 없이 미궁으로 빠지는 전개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에서 사이다를 원한다면 이 작품은 답답할 수 있을 만큼 작가는 사건에 대한 범인의 정체를, 힌트를 줄 듯 말 듯 하다가 감질나는 시점에서 화제를 바꿔버렸고, 화자의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은 채 불친절하게 풀어나갔다.
또한 의미심장한 복선과 같은 멘트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문장들이 계속해서 제시되기에 한 문장도 놓칠 수 없어 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데, 독자는 오히려 이런 매력들 틈에 책장을 놓지 못하는 오묘함을 느끼며 치닫는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독서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범인을 찾기보다는 화자와 린다의 관계, 가족 이야기 등으로 포커스가 옮겨 간다.

화자는 스스로 자책하며 행동하지 않음의 책임까지 짊어지며 본인을 책망한다.
심지어 린디의 운동화가 나오기에 화자를 인하여 더욱 의심하게 된다.
이를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 조금씩 변화하며 성장하는 화자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가족, 로맨스, 미스터리, 현실 고발 소설이 되고 화자의 성장소설이 된다.

인터넷이나 SNS가 없던 시대적 배경만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최대치로 활용한 부분도 매력적이었고 아름다움의 인식과 포식자의 사이 경계는 아슬아슬하다는 멘트로 더욱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켜 긴장감을 준다.

무더운 여름의 배턴루지의 매력을 극대화한 이 소설은 읽어 보아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기에 더 이상의 소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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