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이라 국내와 해외를 걸쳐 미술관과 박물관에 방문해 작품 감상을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해외는 커녕 외출조차 꺼려지고 어려워진 이 시국에 나의 예술 작품에 대한 갈증은 극에 달해 있었다.이번 도서는 이를 해갈해 주는 책으로 해외의 소실되거나 도난당하거나, 파손되어 사라졌던 작품들의 사연과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쉽사리 접하기 힘든 작품들의 연속이라 책을 읽는 동안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도난 사건으로 인하여 가드너 미술관에 빈 액자만이 걸려있음 소개하며 시작하는 이 책의 저자는 빈 액자를 보며 가슴이 구멍 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는 미술관을 완성한 가드너 자신이 생전에 진열한 장소에서 한 점의 작품도 다른 곳으로 옮겨서는 안된다는 유언으로 인해 빈 액자를 걸어 놓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러나 오히려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는 아이러니함도 갖고 있었다.이 책에는 이런 재미있고 독특한 사연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이 중 가장 안타까운 사연은 나치로 인한 피해 작품들이었다.심지어 히틀러는 표현 주의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모두 숙청해야 된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며 기준조차 정확히 없어 대 독일 예술전과 퇴폐 예술전 양쪽에 그림이 걸린 화가도 있었다고 한다. 테러로 인한 파괴, 암시장으로 팔려가거나 공습에 의한 소실, 매각되어 해외에 반출되는 등 행방이 묘연한 작품 등 미술 애호가로서 그 작품들을 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그림자가 있다면 빛도 있는 법. 허술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경비에 감사드린다는 대범함의 멘트를 남겼던 뭉크의 작품 절규의 도둑은 또 다른 범죄자의 협조로 색출해냈고, 나치의 작품들을 보관했던 소금광산에서는 양심적인 독일군 병사의 도움으로 폭파를 막고 작품들을 지킬 수도 있었다.또한 라스코 벽화와 아스카 마을 벽화는 소년과 주민의 제보로 세상의 빛을 보기도 했다.이 책에서는 특히 원작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재미와 작품들의 기구한 사연들을 알 수 있게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는데 이 중 로스트 뮤지엄전이라는 사라진 작품들의 사진전이 언급되었다.너무 궁금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사라지는 작품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이런 전시가 열리는 일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각각의 사연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 반복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이탈리아에는 푸른 헬멧 부대라는 재해와 테러로부터 작품을 지키고 불법거래를 막는 일을 전문 구조대가 있다고 한다.그들의 노력으로 문화재, 예술품들이 지켜져 후대에도 공유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와 이를 넘어 세계적으로고 지켜지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