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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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고 잔혹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표지를 넘기면 법의 식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가 맡았던 사건과 경험들을 쏟아낸다.

시신 주위에 자라난 식물들을 통해 범행 장소, 살해되거나, 유기된 시점 등을 파악한다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직업과 더불어 표지의 분위기와는 달리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인 멘트가 곳곳에서 등장해 읽으면서 몇 번이나 웃게 되었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유머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유쾌하게 커밍아웃하는 매력적인 저자를 통해 법의 식물학자가 낯선 직업임에도 너무나 흥미로워 책 속으로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한 지 45년이 넘어간다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식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며 자신이 식물학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이런 식물학은 법정에서 식물이 증거로 채택된지는 90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법의 식물학자인 그의 도움에 대해 살펴보면 수 백 제곱킬로미터의 수색해야 할 영역이 그의 역할로 50 제곱킬로미터 이하로 좁혀지는 상황이 펼쳐져 그저 감탄에 경의로운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그러나 그의 업무 조건은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건 답습 후 일주일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시체 냄새와 증거물 조사 시 오염에 대비한 엄청나게 까다로운 절차 등 업무 중 겪는 많은 고충들을 열거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영국과 아일랜드의 호장근은 한 암컷 호장근의 단일 클론에서 비롯되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나 영양분을 크게 탐하는 블랙베리 덤불은 인간이 공급하는 영양분 때문에 범죄 현장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으스스하면서도 신기한 자연의 법칙 등으로 범죄를 추측해가는 일의 신비한 매력들을 다시금 제시해 죽음 앞의 삶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흔적들에 겸허해지기도 하며 독특하다고 느끼며 매력적인 직업에 매료되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범죄 현장에 격분하기도 하며 경찰의 인력,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조사에 낙담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며 표본실에 보관된 대마로 대마초를 말아 피운다는 황당한 규칙들을 지적하는 그의 직업적인 책임감과 사명감, 열정에 앞으로 사회적으로 식물 법의학자의 처우나 경찰및 샘플 보존등의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며 이번 독서를 통해 흔치 않고 경험하기 힘든 사실들을 체험해 본 듯하여 비전문가로서 너무나 흥미롭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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