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잘 지내니? -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빛나는 사람들
조용우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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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2월을 시작으로 서울예고에서 36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저자가 추억을 회상하며 써 내려간 얘들아! 잘 지내니?는 받자마자 제목에서부터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제목은 책을 모두 읽고 다시 보니 더욱더 가슴 벅차 눈물이 맺히는 제목이었다.

본문은 무려 527페이지에 달한다.
그러나 저자가 수학 선생님이셨던 것에 반해 엄청난 달필로 두꺼운 벽돌 책의 부피가 전혀 위압감이 느끼지 않았다.
이는 본문을 통해 제자들의 추천서를 오랫동안 써주신 덕분이라 사료되었고 이 부피마저 그만큼 학생들과의 기억들이 모두 소중해 담아두고 계신 추억의 두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글로 남기지 못한 것은 당신의 일천한 기억력 때문이라며 양해를 구하는 겸손함을 보여 주신다.

다정하고 사려 깊으며 학생을 항상 먼저 생각하시는 말투와 매번 등장하는 예쁜 학생이라는 표현에 사랑이 느껴져 읽는 이로 하여금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본문 속 제자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사용했다고 하셨지만 애제자의 이름은 그대로 사용했고, 유명 인사가 된 제자는 이름이 없어도 짐작이 가는 인물도 있어 신기하며 흥미로웠다.

무릇 교사는 학생을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생각과는 달리 그가 재직 중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고한다. 입시, 입학에 관련된 비리에도 엮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처음 알게 되었다.

학생을 믿고, 밀어주시는 든든함, 직접 책을 만드시는 것까지도 대단하며 신기했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감정을 지금까지도 갖고 계신 자상함도 엿보였다.
또한 수학 교사임에도 아이들을 위해 대학교까지 직접 가보시는 섬세함, 동료 선생님들에 대한 배려심, 실기에 대한 연구까지.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 연락하는 스승님이 전혀 없지만 나에게도 이런 스승님과의 인연이 있었다면 나 또한 스승님을 지금까지 연락하며 찾아뵀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떠나보낸 제자에 대하여 회고하며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함께 울었고 가슴에 상처를 품은 제자의 상처를 진심으로 치유해 주기도 하셨지만 뚝심 있고 확고한 철학과 신념에 수많은 유혹과 제안에 절대 넘어가시지 않는 강직한 청렴결백한 면모도 보여 주셔서 저자야말로 이 시대의 교육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꼿꼿한 심성으로 단 한 번의 과오로 명성에 먹칠을 할까 심사숙고하시며 신중을 기하시는 태도에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진심이 느껴졌다.

본문에는 여러 명의 자녀와 학부모가 등장한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잘못된 사랑, 선생님이 전한 한 마디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성장한 제자의 에피소드등에 흥미롭기도 하고 느끼는 바가 많아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듯 저자가 훌륭한 교사가 된 배경에는 훌륭한 제자와 학부모, 동료 교사가 함께해서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이야기 이후에는 가족, 특히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독특한 첫 만남에서부터 이후의 이야기들에 설렘과 놀라움이 함께하며 아내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짙게 느껴져 뭉클했다.

수많은 이들의 향수가 가득 묻어있는 책을 마무리하며 독자로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나의 추억도 아닌데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 본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들을 덮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이 책은 거리 두기가 일상이며 팽배한 이기주의 속 온기를 잃은 오늘날이기에 더욱 우리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다.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저자도 아름답고 예쁜 추억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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