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으로 빚은 집 - 1969 퓰리처상 수상작
N. 스콧 모머데이 지음, 이윤정 옮김 / 혜움이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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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원주민 부족인 카이오와족.
저자는 그 카이오와족 출신인 본인의 유년 시절 인상 깊게 느꼈던 배경을 회고하며 여명으로 빚은 집을 써내려갔다.

제목인 여명으로 빚은 집은 원주민 나바호족이 겨울 치유 의식 때 부르던 밤 노래의 기도문 도입부에서 따 온 것이라 한다.

제목에서부터 몽환적이며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출판사 혜움이음의 첫 소설이기에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배경이 워낙 생생하게 그려져 가보지도 않은 미국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고 광활하게 펼쳐진 타오르는 듯한 저녁 석양의 노을, 햇살의 눈부심, 사냥 등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생생함을 잘 표현해내어 매우 신비로웠다.

번역가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로 알게 된 이윤정 번역가님이 번역을 맡았는데 낯선 지명과 방대한 묘사로 상당한 고충이 많으셨을 것 같았다.

나도 앞부분에서는 생소함과 낯섦에 두 번 읽었다.😅

저자의 아버지께서 태어났을 당시에는 아메리칸 인디언은 시민권조차 받지 못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차별받고 박해당하던 그들의 인권은 신장되었고 원주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아벨은 참전 후 고향으로 돌아와 현실을 마주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도 요즘 흔히 말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로 인해 아벨은 부적응으로 인한 살인을 저지른다.
재판 과정에서는 마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연상케도 하는 아벨의 이후 모습들은 안타까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어 더욱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그와 함께 하던 밀리와 베날리도 알고 있다.
거짓으로 돈을 요구한 후, 돈을 주면 술을 마시는데 모두 탕진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고통을 잊고자 술을 마시는 아벨을 안쓰러워하는 이들.

아벨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밀리와 베날리의 모습에서 투영해 볼 수 있었다.

아벨도 풀리쳐상에 빛나는 이 소설처럼 인식과 차별을 딛고 변화할 수 있을까.

📝
109P) 그들은 진보를 갈망하지 않고 본질적인 삶의 방식을 바꾼 적이 없었다. (중략) 그들은 정복자로부터 단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습득했을 뿐이다. 그들은 적들의 이름과 몸짓을 취했지만,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영혼은 고수해왔으며 그 속에는 저항과 극복과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261P) 여기서 빠져나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끼고도 싶을 것이다. 언덕에 올라가 노랫소리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그게 소용없는 생각임을 알게 된다. 집에 간다 해도 거기에는 텅 빈 대지와 노인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죽어가는 이들만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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