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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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들을 읽고 서평을 남겨왔지만 애디 라뤼만큼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뇌리에 남아 있을 책은 손에 꼽을 듯하다.

이 책은 미스터리하면서도 로맨틱하고 잔인하지만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 소설이며 서평을 하기에는 스포를 꼭 해야만 속 시원하게 매력을 구구절절이 써 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지만 중요한 내용과 스포는 뺀 서평을 시작한다.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신과 절대 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정해놓은 결혼이라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아들린 라뤼 -애디 라뤼의 아명- 는 그를 잊고 자유를 위해 신과의 거래를 하게 된다.
그녀는 그 거래로 인해 평생을 늙지 않고 살아가며 그녀가 원했던 자유를 얻게 된다.

그러나 모든 거래에는 대가가 있는 법.
그녀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면 다음날 기억 속에서 사라져 처음 만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스스로 이름을 말할 수도 없고 가족마저 그녀를 잊어버린다.
그야말로 사라진 존재.

집을 구할 수도, 돈을 벌기도 어렵고, 사람과 이해관계로 만나기는 더더욱 어려운.
숱한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그녀의 삶.
가끔씩 등장하는 신(뤽)은 파우스트의 악마처럼 그녀의 영혼을 두고 거래를 제안한다.
그렇게 300년 동안을 기억되지 않으며 살아온 그녀 앞에 그녀가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헨리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이후 이야기는 스포가 되기에 직접 책으로 꼭!! 읽어 보시길 권유한다. (여기서부터가 정말 재미있는 킬링 포인트. 참고로 헨리에게도 비밀이 있음.)

너무나 사소한, 지극히 평범해서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에 대한 소중함.
마치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처럼 애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잃고 300년을 살아간다.

감수성 짙은 기발한 표현력에 감탄했고,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신박한 소재로 뻔한 클리셰를 벗어난 소설이었다.

섬세하고 톡톡 튀는 표현들에 역사적 인물과 시대적 배경까지 나와있어 읽는 재미가 있고 예술품에 남아있는 애디의 모습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한 권을 읽으며 한 명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느낌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함께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기쁨, 아쉬움, 설렘, 두려움, 외로움, 슬픔, 안타까움, 심지어 애디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에 휘말릴 때는 함께 화도 났었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 책이라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흥미로운 이야기였기에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 오히려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북 큐레이터 조상경님께서 매일 밤 10시 30분에 낭독을 해주시기에 아직 함께 낭독을 들으며 독서 토론을 할 수도 있고 앞으로 영화화가 될 예정이라고 하여 마냥 아쉽지만은 않은 행복한 기대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계속 떠나지 않고 맴도는 생각이 있다.
지금도 우리 주위 어딘가에 애디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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