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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미술관 (책 + 명화향수 체험 키트)
노인호 지음 / 라고디자인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책이 진화하면 e-book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향수가 만났다. 이 책은 종이책이 물리적 단점―무겁고 부피가 커서 보관 및 이동(소지)에 제약이 있는―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후각과 촉각을 자극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방안에서 혼자 그림책을 보며 주어진 다섯개의 향―앙리 루소 <꿈>(만다린 오렌지, 레몬, 베티버, 화이트머스크),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일랑일랑, 핑크페퍼, 파출리), 클로드 모네 <수련>(그레이프 프루트, 로터스, 로즈, 로즈마리),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재스민, 뮈게, 바닐라, 머스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유자, 리치, 피오니, 머스크)―를 맡아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에는 총 45점의 대중적이고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명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그동안 적지 않은 미술책을 읽으며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메세지를 찾는 즐거움을 취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감각을 곤두세워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까지 얹어졌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책과 함께 주어진 위 다섯 가지 향수 모두 좋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향이 좋았다. 그림이 향기가 되고, 만약 이 향을 담을 병을 다시 디자인한다면 어떤 시각적 변형이 이루어질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향수는 향수병 패키징이 워낙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명화 시리즈 향수가 나온다면 굉장히 취향저격 (...) 소장욕구가 물씬물씬 피어오를 것 같다.
[모네, 빛을 그리다], [미켈란젤로展]처럼 컨버전스 아트 전시회가 많이 기획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향기의 미술관'이 생긴다면, 그림을 보고 나서 가장 인상깊었던 향수를 전리품으로 가지고 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