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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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바이러스다!

헬리콥터 사고로 흉한 외모를 갖게 된 IT 재벌 파벨 바이시는 '미의식' 바이러스가 침투한 인간의 뇌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깔겠다는 광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계획들을 세워 차례로 실천에 옮긴다. 전 세계 벌의 멸종, 미스 아메리카의 집단 납치,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세계문화유산의 테러, 디지털 이미지를 공격하는 모나리자 바이러스 유포……. 그리고 그의 광기의 끝은 현 시대의 아름다움의 상징품인 예술 작품, 『모나리자』의 파괴로 향한다. 살라이(악마)의 모나리자, 악마적 아름다움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위치에 가져다 놓고자 하는 바이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시 계획의 핵심 키 열쇠가 된 불운의 피해자는 한때 모든 브랜드의 뮤즈였던 유명 모델, 헬렌 모건이다. 딸 매들린의 임신을 계기로 모델계에서 반강제로 은퇴당했지만, 딸을 위해 강해져야만 하는 싱글맘인 그녀는 미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뇌의 특성을 연구하는 신경미학을 공부해서 해당 분야의 1인자가 되었다. 독특한 직업 덕이자 탓(?)에 경비가 삼엄한 루브르에서 모나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그녀와 그녀의 딸 매들린이 파이시의 표적이 된다. 진품 모나리자가 필요한 바이시는 거식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던 헬렌의 딸, 매들린을 몰래 데려가는데, 책 초반부에 파이시가 벌이는 미친 짓이 워낙 강렬한지라 매들린의 무사귀환을 확신할 수 없었던 나는 매들린이 과연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책장을 쉬지 않고 넘겨야만 했다. (미성년자의 납치, 아이의 안전을 빌미 삼는 유괴협박범이야말로 나는 악당 중의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끔찍해...)

 


이 책 띠지에 쓰인 하나의 문구가 많은 사람들을 유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댄 브라운의 귀환." 나 역시 그랬으니까. 어떤 작품을 쓴 작가라는 수식어가 필요없는 세계적인 작가의 이름이 붙은 책답게(?) 이 책 역시 속도감과 몰입도 면에서는 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다. 요즘 책 슬럼프에 빠진 나지만 53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앉은 자리에서 세시간 만에 독파했다. 스토리도 참신하고, 댄 브라운의 여타 소설이 그렇듯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 여주인공과 악당이 누비는 무대배경 스케일도 큰 편인데다 본 스토리 중간중간 삽입된 로 스트라니에로와 레오나르도, 루카 파치올리의 이야기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제대로 조성한다.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장하지만(도서관 대여도 괜찮고, 구매, 소장도 크게 아까울만한 책은 아니다.) 댄 브라운의 명성을 이어가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인 것은 확실하다. 범죄의 허술함, 범인의 의외성, 인문학적 상상력, 독자의 추리력이 발휘될 만한 복선 등 여러 면에서 제 2의 댄 브라운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아직은 좀 부족한 듯 싶다.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든 이상에 악마라는 낙인을 찍은 것. 아름다워지는 데 혈안이 된 현대사회에 종말을 선언한거죠.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추함으로 바꿔버린 거예요. (p.468)

 

인류를 대상으로 행동치료를 시도한 거죠.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황금비율을 끔찍한 이미지와 경험에 연결하다보면 언젠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이 바뀔 것이고, 심지어 아름다움이라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될 거라고 여긴 거예요.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자동차에 타기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p.501)

 

 

 

 

야수이자 악마에 대응하는 선한 미녀. 책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결국 작가가 옹호하고자 했던 것은 아름다움이 선이라는 전형적인 디즈니 주제였는지 헷갈리게 만든다. 파이시가 미의 붕괴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미스터리한 책 때문이었는지, 헬리콥터로 잃어버린 자신의 외모 때문이었는지, 성형수술로 숨진 자신의 아내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차라리 거식증에 걸린 딸 때문에 헬렌이 전세계를 상대로 해당 범죄를 저질렀더라면 오히려 이해가지 않았을까. 내 아이에게는 이런 잔인한 세상, 이런 몹쓸 가치관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라는 전직 모델의 뷰티 테러였다면. 미녀가 정작 미의 몰락을 간절하게 원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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