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세계사 - 잔혹한 범죄에서 금지된 장난까지, 금기와 금단을 넘나드는 어른들의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4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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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느낌이 도는 이 책은 열아홉살 이상의 성인들만 읽을 수 있는(!) 성과 폭력, 자극적이면서도 엽기적이고,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모인 역사책이다. 메르헨 느낌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분홍분홍한 책표지에 걸맞게 한동안 유행했던 잔혹동화 컨셉의, 동화 속에 숨겨진 그 시대상을 폭로하는 내용이 반, 2016년 화두로 떠오른 '페미니즘'과 이어지는 열악한 여성들의 역사가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건부 이벤트 도서가 많지 않은 책콩에서 '2016 성년의 날'을 맞은 올해 스무 살을 위해 준비된 이 책 '은밀한 세계사'를, 마침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사촌동생이 있기에 운 좋게 받아볼 수 있었다. 사촌동생 유림이는 나처럼 스릴러, 추리물을 좋아해서 분명 이 책도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내게서 추리책 몇 권 빌려가면서 고3 때 책을 너무 안 읽었더니 이제 시간이 생겨서 책 좀 읽어보려고 해도 책이 안 읽힌다고 한숨을 쉬던데, 이 책은 저자가 귀가 솔깃하는 주제에 흥미로운 여러 이야깃거리를 엮어 책을 읽어주듯 구어체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금방 금방 읽히더라. (나도 빨리 선물해줄 요량으로 받자마자 책을 펼쳤는데, 대략 한시간 만에 이 책을 완독했다.)


저자 이주은님(눈송눈송 밀푀유)의 블로그를 이웃 구독하고 있어, 읽기 쉽고 맛깔스러운 글을 쓰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블로그로 글을 읽을 때와 종이로 읽을 때의 가독성은 같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후자가 훨씬 더 낫다. 야사를 좋아해서 조선 야사 책은 많이 사서 읽었는데(읽는 책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아 중고도서로 처분해버리곤 했다.), 서양 야사는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 내용이 이해하기 힘들 만큼 낯선 내용은 없었지만 한 에피소드마다 신선한 내용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초커 목걸이에 공포정치 때 단두대에서 목 잘린 희생자의 가족들이 그들을 애도하며 참석한 파티장의 복장이었다는 점이나(물론 초커목걸이의 시작이 그때부터라고 딱 잘라 보기는 힘들고, 다른 시대에서도 있었던 패션이긴 하다.), 이국 출신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치와 색정광, 동성애 등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고 시민들의 분노 대상으로 지목되어 비참한 인생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며(그녀는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정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박한(?) 프티 트리아농에 머물렀고, 자연을 사랑해 루이15세로부터 작은 촌락을 선물 받아 그곳을 왕비의 정원이라 부르며 사랑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베르사이유의 어떤 정원보다 왕비의 촌락이 가장 인상에 깊게 남아있다.), 안네의 일기 무삭제본에는 사춘기 소녀의 성적 호기심이 가득 담긴, 더 진솔한 모습의 안네를 볼 수가 있다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때, 읽고 싶은 다른 책이 생기면 그 책은 내게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안네의 일기 무삭제본>과 저자의 또다른 저서인 <스캔들 세계사>를 카트에 담아놓았다. 조만간 그 책들을 내 책장에 빨리 데려와 꽂을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은 내 손을 떠나 사촌동생의 집으로 이동한 이 책이 새로운 주인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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