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연옥 여행기 단테의 여행기
단테 알리기에리 원작, 구스타브 도레 그림, 최승 엮음 / 정민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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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을 다녀와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려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시로 구성되어 있는 원본을 읽기란 쉽지가 않았다. 정민미디어에서 펴낸 최승 작가의 <단테의 여행기>는 단테의 <신곡>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각색한 세계 최초의 소설본이라고 해서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일었는데,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개념, 인명, 지명, 철학, 신학, 우주관 등이 펼쳐지기 때문에 마냥 쉽게 읽히지만은 않더라.


사실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벌을 받는 곳인 '지옥'은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불교국가였던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익숙한 개념이라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쉬웠던 한 편, 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계인 연옥은 천주교 신자인 나에게도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라 전편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졌다. 연옥에 있는 이 중에도 죄를 저지른 이들이 많은데, 왜 누구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누구는 연옥으로 오게 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지옥에 가느냐 연옥에 가느냐는 죽기 전에 회개했느냐의 여부로 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지옥에 있는 자들은 -비록 제1옥 림보에 있을지라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에 구원의 희망이 모래사장의 모래 한알의 크기만큼이나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거나 아예 없다고 봐야 하는데, 예수를 믿어 구원받은 영혼들은 천국에 오르기 전 연옥을 거쳐 자신의 모든 죄를 씻을 기회를 얻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한 번씩은 누구나 도전해봤을 9일 기도. 한 단을 바칠 때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구원송을 바치는데, 나는 그 중에서 구원송을 매우 좋아한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모든 영혼들을 천국으로 이끌어주시며, 특히 자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영혼들을 돌보소서." 연옥에 있는 이들이 우리의 기도와 전구를 간절히 원하고 이를 통해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된다는 말이 좋았다. 이미 죽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해줄 수 있는 것이 남아있다고 하니까.


단테는 베르기우스 뿐만 아니라 스타티우스의 안내를 받아 일곱 개의 죄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면서 가벼워진 몸으로 지상낙원, 에덴으로 올라가 그 곳에서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된다. 연옥에서의 가장 큰 핵심은 우리가 자신의 죄를 빠짐없이, 거짓없이 고백함으로써 하느님의 의지를 좇을 수 있는 자유의지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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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에 머물러 있는 영혼들일지라도 자신의 기도만으로는 천국에 오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다만 세상에 남아 있는 가족이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많은 기도와 함께 선행을 베풀면 연옥에서의 시간이 그만큼 단축되는 것이었다.


"해가 진 다음에는 이 선조차 넘을 수 없습니다. 태양은 하느님의 은총을 뜻하므로 그 하느님의 은총이 사라진 밤 시간에는 연옥의 산 위로 결코 올라갈 수 없답니다. 위로 오르려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어둠일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그 어둠이 능력을 빼앗고 기력을 잃게 만듭니다. 해가 수평선 아래 갇혀 있는 동안에는 밤의 어두움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서 산 밑을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p.71)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에 따라 문지기의 발밑에 엎드린 다음 자비하심으로 문을 열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 뒤 생각과 말과 행실에 대한 세 가지 죄를 뉘우치는 고백의 표시로 가슴을 세 번 두드렸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입니다."

백옥의 흰색, 금이 가 있는 자주색, 핏빛의 붉은색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순백에 물들여 짓게 되는 죄의 상징적 고유 의미였다. 단테는 이 죄의 댓가를 겸손히 고백의 기도를 통해 참회했던 것이다. 단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문지기는 그의 이마에다 칼끝으로 알파벳 P자를 일곱 개 썼다. 문지기가 쓴 P자는 일곱 가지 큰 죄로써 교만, 질투, 분노, 태만, 탐욕, 탐식, 음란을 뜻한다. 이것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질 만한 죄악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문지기가 단테를 향해 말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거든 반드시 이 상처를 하나하나 씻어내도록 하라!"

문지기는 타다 남은 잿빛 같기도 하고 메마른 흙빛 같기도 한 옷자락 밑에서 두 개의 열쇠를 꺼냈다. 하나는 흰빛이고 다른 하나는 누런빛이었다. 문지기는 그것을 단테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연옥 문을 지키시는 근엄하신 천사여! 이 두 개의 열쇠는 무엇이옵니까?"

"황금 열쇠는 인간의 죄를 사하시는 하느님의 권능의 열쇠이고, 은 열쇠는 참회하는 자를 판단하는 사제의 재량을 표시하는 열쇠이다. 열쇠 중 하나라도 자물쇠에 맞지 않아 열리지 않는다면 너희는 연옥으로 결코 들어갈 수가 없다."(pp. 91-92)


'현재의 세상이 옳은 길에서 벗어나 있다면, 그 원인은 인간들의 마음 속에서 찾아야 한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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