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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유대인 5000년 지혜의 원천 파워의 근원
샤이니아 지음, 홍순도 옮김 / 서교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은 우리가 흔히 구약이라고 부르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 받은 말씀을 적은 모세5경(토라)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사고를 구성하는 현실적인 경전은 탈무드라고 볼 수 있다. 탈무드는 예로부터 유대인 사이에서 구전되던 그들의 역사와 위인 이야기 등을 묶어 만든 이야기 책으로,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한 명당 한 권씩 가지고 있으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동안 읽고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 곁에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필요해서 탈무드를 읽기로 했다.
어렸을 때, 어린이 버전의 얇은 탈무드를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다. 여우와 포도밭, 당나귀와 다이아몬드, 공주를 살린 막내 아들의 마술 사과, 솔로몬의 재판, 세 친구 등……. 유대인들이 이렇게 속담과 비유, 이야기를 통해 가르치려했던 까닭은 답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은유적 의미 학습이 훨씬 각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마다 표현 방식은 다르더라도 서로 유사한 격언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격언들이 경험을 통해 혹은 사물에 대한 오랜 관찰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험과 관찰이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p.133) 그렇지만 유대인들처럼 일상 속에 있던 옛 사람들의 지혜와 교훈을 글로 엮어 대대손손 물려줌으로써 한 민족의 세계관을 공통되게 만든 민족은 매우 드물다. 사고와 이념을 하나로 묶어주는 탈무드가 있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디아스포라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나의 민족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탈무드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비록 땅은 분단되어도 한 민족으로써 통일된 가치관을 잃지는 못하도록 만드는 책이 한 권 있었더라면.
탈무드는 글로 된 율법이나 구전 율법에 근거한 미쉬나와 미쉬나를 평가하고 토론한 게말라로 구성되어 있다. 또, 탈무드는 바빌로니아 탈무드와 팔레스타인(예루살렘) 탈무드,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 탈무드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를 가리킨다. 서교출판사의 [탈무드]는 방대한 분량의 탈무드 원본 중에서 유심론적 내용을 삭제하고 현대인에게 맞는 이야기를 엄선하여 번역한 것으로, 사람의 도리, 자신과 타인, 결혼과 가정, 육체생활, 도덕생활, 사회생활 총 6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사람의 도리 편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에는 특별부록으로 유대사 연표와 세계사 연표 비교가 들어 있는데, 약간의 오류를 발견했다. 2쇄에서는 깔끔해서 수정되기를.
p.346 / BC1792~1750년: (유대사 연표) 여호수아가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인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진입. 유대인이 가나안 땅 정복. (표가 분리되어 있음.)
p.356 / 1997: (세계사 연표) 영국, 중국에 홍콩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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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먼저 개체로 창조되었다. 이는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것은 세상을 죽이는 것과 같고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p.15)
유대인의 법에서는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증언하면 무효다. 따라서 자백은 인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백은 고문에 의해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p.50)
하느님은 정직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엄하시다. 그분이 현세에서 정직한 자들이 지은 작은 잘못까지도 벌하시는 까닭은 더 나은 내세의 삶을 주시기 위해서다. 그러나 악한 자들에게 현세의 편안한 삶을 주시고 그들이 행한 약간의 선행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까닭은 그들에게도 천국에서의 삶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p.61)
세상의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이 지은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p.126)
"네가 한 말은 행동으로 옮겨라, 그러나 네가 한 선행은 말로 옮기지 마라." (p.127)
누군가를 비난해야 한다면 초점을 그에게만 맞추도록 하라. 예를 들어, 누구를 비난하면서 그의 가족이나 친지, 종교에 대해서까지 험담을 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을 비난하면서 여러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지 마라. (p.132)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험담을 한 자와 그 험담을 막지 않고 들은 자, 또 이 험담으로 피해를 보는 자가 그들이다. (p.133)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내릴 경우, 판결이 판사들의 전원 일치로 이뤄지면 그 판결은 무효이다. 재판에 있어 항상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한 가지 견해밖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p.330)
판사는 반드시 정의와 평화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 만일 정의만을 추종한다면 평화는 잃고 만다. 따라서 정의도 파괴하지 않고 평화도 함께 지킬 수 없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타협이다. (p.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