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신참자>, <탐정클럽>,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등 단편추리가 여러 개 묶인 가벼운 탐정(단)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번역)작, 오사카 소년 탐정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오사카 토박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사카 배경과 오사카 출신 주인공을 채택해 쓴 유일한 작품이자, 1988년에 쓴 초창기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체 작품 중에서 그의 처녀작 <방과 후>를 가장 좋아한다. 오히려 그의 최근 작품 중에는 불호였던 작품이 많았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오사카 소년탐정단을 이끄는(?) 6학년 5반 담임을 맡고 있는 26살 다케우치 시노부로, 얼굴은 동글동글하게 생긴 미인이지만 오사카 변두리에서 자라 말투가 거칠고 섬세한 면이 없는 여자다. 수사 드라마광 열혈 담임 덕분에 일년 내내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는 불행한 6학년 5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책 제목 속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 된다. 여자 선생이 탐정이고, 그녀의 학생들이 추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실종, 도난 등의 '학교 내' 소소한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 될 줄 알았는데, 첫 편부터 난데없이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오사카 남쪽을 흐르는 야마토 강 제방에서 그녀 반 학생인 후쿠시마 도모히로 아버지의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시노부는 자신의 반 학생들이 후쿠시마가 아버지를 죽였을 거라고 말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 제자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넓고 깊은 오지랖을 발휘하여 후쿠시마 집 근처에서 탐문 수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시노부는 신참 형사 신도를 만난다. 사소한 단서를 바탕으로 형사 못지 않은 추리력을 발휘하는 시노부에게 첫 눈에 반한 신도는 이후 등장하는 시노부의 맞선남 혼마와 삼각구도를 형성, 연애전선을 펼치는 남자주인공격 캐릭터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던 러브라인에 많이 당황했다. 아니 이게 뭐지. <명탐정의 규칙>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인가. 시독률을 위해 주인공인 여자 탐정과 형사가 연인 관계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설정을 둔건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졸업을 하지만, 시노부 선생이 2년간 파견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하며 신도의 프로포즈를 유보한다. 이를 통해 시노부 형사 시리즈가 계속 될 것임을 독자에게 간접적으로 예고하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연애결말을 알고 싶으면 다음 권도 읽으라는. 일본드라마 트릭을 통해 많이 당한 트릭이다. 흑흑.

 

이 책은 총 다섯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편마다 사체가 등장한다. 살해 동기는 대부분 치정과 엮여 있어서 학생들이 탐정단으로 활약하기에 별로 좋은 배경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활동 반경도 시노부 잔심부름 처리반, 내지는 셜록홈즈의 베이커 스트릿 이레귤러즈 정도에 그친다. 차라리 '오사카 여선생 탐정'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범인과 트릭을 맞출 수 있는 중하급 난이도 트릭과 범인 설정이 아쉽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시리즈처럼 마냥 웃기지도 않고, 작가 이전의 단편집에서 보였던 번뜩이는 트릭도 빠진 <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히가시노 게이고 이름의 복불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에 수록된 특별 보너스는 추리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해설이다. 그녀가 히가시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시노부 선생 시리즈라고 한다. 책 속에 담뿍 담긴 오사카 특유의 향취 때문이란다. 나는 오사카 사투리 특유의 느낌을 모르지만, 책 전반적으로 괄괄해야 하는 시노부 선생 말투가 세련된 서울말씨로 번역되어 있어서 미유키가 받은 감동을 똑같이 받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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