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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ㅣ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평점 :

샌드힐
글 하서찬
그림 박선엽
웅진주니어
'샌드힐'이라는 글시체에서 부터 묵직함이 느껴진다. 주먹으로 모래를 한 움큼 집으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내 손에 모래가 남지 않게 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모래는 점점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스르륵 빠져나간다. 지훈이 마음도 손 안에 한 움큼 있는 모래같다. 형이 지훈이 앞에서 사고를 당한 후 생물인간이 되었다. 지훈이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형이 지훈이 앞에서 차 사고가 났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지훈이는 마치 자신으로 인해 형이 사고 난 거라 생각한다. 매일 엄마와 아빠는 싸운다. 그럴때마다 그 곳에서 지훈이를 꺼내 준건 형이었다.
사고가 난 그 날
엄마와 아빠가 자고 있는 틈을 타 형이 마련해둔 아지트에 갔다. 그 곳에 있으면 지훈이는 마음이 편했다.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새벽에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순간에 벌어진 그 사고를 지훈이는 잊을 수가 없었다. 식물인간이 된 후로 형과 지훈이는 대화를 해본적이 없다. 그 후로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고 아빠는 지훈이를 데리고 중국에 있는 사립학교에 입학 시켰다. 지훈이는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한국 친구가 반에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아님 형이 곁에 있었으면 좋으련만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힘었는 지훈이를 괴롭혔다. 특히 미친 류웨이!! 유일하게 힘든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건 형이 준 조각칼이었다. 수업 시간에 머리를 숙이고 반 아이들을 하나씩 조각하는게 좋았다.

"진시황은 대단한 사람이야.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진나라를 평정했고 마흔에는 중국 전체를 통일했어.
삼천 명의 측근들을 며칠 만에 처리하고, 생모가 울부짖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 위인이지. 그 냉정함이 그를 인정받는 황제로 만든거야. 남들보다 뛰어나려면 냉정해야 한다. 가족도 짐일 뿐이야. 네 성공만 생각해. 다른 건 다 필요없어."
p35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 오는 아빠!! 가족이고 뭐고 필요없는 사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 최선이라고.늘 이렇게 말하는 아빠가 싫었다. 적어도 아무도 없는 중국에서 유일한 가족은 아빠. 그러나 마음을 둘 곳이 없었고 정체성도 흔들렸다. 그 때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라희가 지훈과 대화를 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라희는 백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선배 무리에 끼고 싶어했다. 그 무리에 끼면 마치 자신이 힘과 권력이 생길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지훈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라희!! 백사 무리와 함께 지내려면 유명 브랜드 지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지갑을 사 줄 수 없는 지훈은 우연히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서 지갑을 훔치게 된다. 그 지갑을 마치 자신이 산 것처럼 라희에게 선물을 준다. 너무나 기뻣던 라희는 지훈에게 고마워한다. 불행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알고보니 훔쳤던 그 지갑은 백사의 지갑이었던 것. 그 계기로 백사가 라희을 심하게 괴롭히고 더 큰 돈을 가지고 오라고 요구한다. 지훈은 라희를 돕기 위해 집에서 아빠의 시계를 훔치기까지 한다.
<샌드힐>의 작품은 한국에서 아빠와 함께 중국 사립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지훈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훈이를 통해 독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로 학교폭력을 견디며 스스로 이겨내는 청소년 이야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평온하고 보호 받아야 할 청소년이 보호받지 못한다. 중국에서 이방인처럼 보내야만 한 지훈이. 류웨이의 갖은 폭력에 어른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고 유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라희!!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간다. 지훈이를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유일한 아빠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늘 냐약한 아이로 취급 받고 고통속에 살아 가는 지훈이를 보면서 내 아이가 생각났다. 아들은 사춘기의 시간을 겪하게 보낸 후 성장했다. 그 뒤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조차 아이을 놓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 자식이니 남처럼 그냥 둘 수 없어 끝까지 품어 주고 믿어 주었다. 결국 제 자리를 찾고 성실하며 착한 아들로 지금의 시간을 보낸다. 그 당시에는 친구가 전부였고 그 무리에 껴야지 소속감이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지훈이도 아마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자신을 품어줄 가족이 있었다면 어렵고 힘든 시간을 잘 버티지 않았을까.
하서찬 작가의 <샌드힐> 가제본을 받아 완성된 작품을 읽지는 못했지만 지훈이와 라희의 청소년 시기를 아주 멋지게 버텨 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똑같은 청소년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는 믿어주는 어른만 있으면 제자리로 반드시 돌아오고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간다. <샌드힐>의 작품을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샌드힐> 가제본은 웅진주니어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