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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아지똥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이기영 해설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평점 :


<강아지똥>을 대할 때마다 항상 무언가 빠진 듯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원래 강아지똥은 50장을 썼던 것인데 기독교교육 현상모집에 원고지 30장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감나무 가랑잎이 등장하는 대목과 마지막 장면5장을
덜어내니 35장이 되었습니다. 작품은 그런대로 무리 없이 읽힐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뜻과는
달리 감나무 잎사귀는 지워져버린 것입니다.
......
《동화읽는어른》 5월호에 이기영 선생님이 <강아지똥> 다시 읽기란 글을 실었기에
늦었지만 빠졌던 감나무 잎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이제 겨우 마으이 놓입니다.."
2004년 5월 20일
권정생 씀
<동화 강아지똥> 뒷 표지에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읽는 내내 왜 이 장면을 뺐을까? 주옥같은 글이 맘에 남씁니다.
강아지가 담벼락 밑에 싸놓은 똥!!
참새, 흙덩이, 봄에 찾아 온 닭가족, 민들레를 만나는 여정
외롭고, 쓸슬하고, 아무 쓸모도 없다는 생각을 가진 강아지똥.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재활용하는 날 덩그러니 버려진 <강아지똥>을 만난 날이었다.
나는 그 한편에서 권정생작가님의 책을 발견했다.
책을 들어 올렸는데 내지가 분리되어져 있었다.
난 그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혼자 천천히 읽어 내려 갔다.
여전히 지금 읽어도 좋은 <강아지똥>
이렇게 해서 내 책꽂이에 꽃혀있다.


강아지똥과 감나무 잎의 만남.
딱 이 장면이 궁금했다.
권정생작가은 이들의 대화를 어떻게 이어갔을까...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
마치 우리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넌 누구니"
"난 감나무 잎이야"
그제서야 강아지똥은 눈을 뜨고 감나무 가랑잎을 바라 보았습니다.
"지금 겨울이잖니, 우리 모두 엄마 나무에서 떨어져 흩어졌단다."
"겨울이면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니?"
"그럼, 우리가 모두 떨어져 죽어야만 엄마는 내년 봄 새 아기 이파리를 키우거든."
"엄마야! 불쌍해라."
"불쌍해도 어쩌지 못하는걸. 이 세상엔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단다."
-동화 강아지똥 중-
정승각 선생님께서는 누락된 감나무잎 장면을 넣어 다시 출간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한다.
종이죽을 이용하여 입체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하셨는데 이번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 자체도 한지 느낌을 살렸다.
한지에 종이죽을 이용하여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늦가을 흩날리는 감나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저 바람이 부는데로 흘러가는...
울고 있는 강아지똥에게 건넨 그 한마디가 꼭 나에게 건넨 말처럼 큰 위로가 되었다.
"애야, 너 울고 있니?"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내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얻고 위로해주는 듯한.
그냥 그 한마디 엿을 뿐인데...
요즘 엄마때문에 맘이 무겁고 힘들었는데...
<동화 강아지똥>을 통해 위로가 되었다.
울고 싶으면 울고 슬프고 싶으면 그냥 슬퍼도 되겠다 싶었다.
홀연히 나타났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사라진 감나무잎.
내 옆에 이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강아지똥>도 내 맘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동화 강아지똥>에 담겨진 감나무잎 스토리가 있어서 더 풍성해졌다.
왜 권정생 작가님이 아쉬워 했는지 알 것 같다.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