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레바퀴 아래서" 출간 100주년을 기념해서 아이템 비즈에서 일러스트 책이 나왔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가 중간중간에 있어서 그림을 보며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저에겐 데미안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감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꽤 이입하며 읽어서 읽고 나니 우울감이 밀려왔어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교육 철학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어요. 100여 년 전 독일의 교육제도와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한스가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신학교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그가 이룬 일이나 성과보다는 존재로서 인정을 받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영혼이 죽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한스는 그들에게 실상 무가치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한스를 위하여 시간을 낸다거나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중략)

아버지 기벤라트 역시 한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기 위해 나름대로 무진 애를 쓸 뿐, 한스의 친구나 위로자가 되지는 못했다.

세상 속에 살면서 그 안에서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수레바퀴 아래 답답하게 깔리지 않으면 주체적으로 수레바퀴를 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굴려가는 와중에 저만의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기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스의 행복한 순간은 하일러와의 우정을 쌓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만이 한스의 자기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상담 후 한스는 새로이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하는데 예전처럼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한스에게 하일러와의 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쳤으나 그것을 긍정/부정으로 나눌 수는 없겠지요. 상급학교 교장선생님은 하일너와의 관계를 걱정하며 한스에게 멀리하라고 권하는 걸 보며 쉽게 누군가를 평가하고 단정하는 모습이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충고가 얼마나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요.

내가 그 친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그 아이는 불만투성이에다 정서도 불안정해. 재능이 있기야 하지만, 전혀 노력하는 기미가 보이질 않아. 더군다나 자네한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뿐이라네. 난 자네가 그 아이를 좀 더 멀리하길 바라.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 모두가 하일러와의 우정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손해를 보았다거나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소홀하게 대한 모든 것을 보상해 주는 값진 보물처럼 여겼다. 그것은 이전의 무미건조한 의무적인 삶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깊은 온정이 깃들인 고귀한 삶이었다. 거기서 한스 자신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처럼 느끼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