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블랙 캣(Black Cat) 17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올해 벌써 이런 사건이 두 번째입니다. 정말 바라고 바라던 책들이 떡하고 출판이 된 게 말이죠. 새해부터 이런 기쁜 소식을 자꾸 접하니 꿈인가 싶기도 합니다. 딕슨 카는(구부러진 경첩) 정말 모임이 있을 때면 항상 했던 작가였고, 클럽 모임에서 항상 이야기하던 작가였으니 반가움은 말할 수가 없었고, 블랙캣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빼 놓지 않고 이야기하던 작가가 바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었습니다.

 보통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 책을 구입하지만, 이 두 책의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설에 지방에 있다 올라오면서 서점에서 바로 구매했던 작품이 <구부러진 경첩>이었고, 바로 이번주에는 울산에 있으면서 도저히 다음주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서점으로 달려가 집어 온 작품이 <목소리>였습니다.

 딕슨 카야 애초에 기획을 했던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목소리>의 경우는(물론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앞의 두 작품의 판매부수를 보았을 때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니까요.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믿어지지가 않았으니까요. 그랬으니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가 책을 집었을 때의 기분은 정말 뭐라 말할 수가 없습니다. 보물을 건진 기분이니까요. 그리고 단숨에 읽어 나가기 시작했고요.

 역시나 에를렌두르와 엘렌보르그의 모습을 보는 건 반가웠습니다. 지난 작품에서 철없는 마약쟁이 딸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음에 들고, 에를렌두르가 이번엔 호텔에서 지내면서 더 이상 떡진 머리에 냉동식품을 데워 먹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호텔에서 지낸다는 게 좀 웃기기도 하죠. 사건 현장인 호텔에서 방을 하나 달라고 우겨서 지내는 것이니까요.

 제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을 왜 좋아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슬란드라는 독특한 나라가 배경이 된 소설이라는 게 한 가지 정도 이유가 되겠고, 주인공 에를렌두르에게서 느껴지는 중후함과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 경찰소설이 결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추위가 느껴지는 묘사와 인생의 슬픔과 잔인함을 한없이 깊게 묘사하는 작가의 솜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씩 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물론 크겠죠.

 아이슬란드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꼈던 작품과 에를렌두르를 만난 작품이 <저주받은 피>였고, 인생의 잔인함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꼈던 작품이 <무덤의 침묵>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크리스마스 주에 벌어지는 사건이다 보니 아이슬란드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망나니, 마약쟁이였던 딸이(여전히 그렇긴 합니다만.) 나름 아버지 말을 듣기도 하고요, 사건에 있어 나름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에를렌두르는 어떤 여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고요. 예전 작품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습이죠.

 그렇지만 이상하게 가장 좋았던 건 그가 자신의 동생의 실종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정말 너무나 슬픈 일인데도 자꾸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딸이 아버지에게 하는 '내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라는 말을 하는 모습은 과연 제가 저희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기도 했고요.

 이 작품은 <목소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어떤 사람의 목소리에 관해 크게 이야기를 합니다.  목소리 때문에 스타가 됐던 아이돌 스타가 목소리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가 불렀던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잠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델라 코르타의 <디바>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 사람의 죽은 이유를 알기 위해 역시나 이 작품에서도 오랜 과거 속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 진실이 밝혀지게 되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생생하게 그 모습들이 묘사해 내는지 괜히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져서 찾아 봤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니까 바로 나오네요. (블랙캣 시리즈에서 작가의 사진도 같이 실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사건 이야기를 하나도 안 했네요. 리뷰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건의 내용 자체 보다도 그가 그리는 주인공의 내면 세계나 인생의 처절하도록 슬픈 모습이랄까 하는 것에서 큰 매력을 느끼는 작품이라 줄거리 보다도 다른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줄거리야 또 다른 곳에서 보시면 다 알 수 있으실테니까요.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마지막에 호텔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주는 감동이었습니다. 들을 수는 없어도 전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딘지 <소오강호>를 읽으며 '소오강호지곡'을 연주하는 영호충과 누구였지(-_-;) 아무튼 그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읽고 난 기분은 역시나 '아! 정말 좋다. 다음 작품은..'였습니다. 정말 만족스럽고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다시 예전에 읽었던 두 작품을 다시 읽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되네요. 이런 책들이 독자에게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주받은 책'이 되어 버린 첫 작품과 '독자의 침묵'이 되어 버린 두 작품에 뒤를 이어서 출간해 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네요. 얼른 다음 작품요 하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블랙캣 시리즈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 두 개 나온 적도 없는데, 이번이 세 번째니 놀랍기는 합니다. 그런데, 아직 판매량은 그저 그런 것 같아 다음 작품은 나오지 못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어째 열 권 정도 사서 뿌리면 다음 책을 내줄려나 모르겠네요. ^^;

 아직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을 읽어 보시지 않은 분이 있다면 강력 추천하고요, <저주받은 피>, <무덤의 침묵>, <목소리> 순서로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에를렌두르와 아이슬란드 형사들의 세계에 빠져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