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의 향기 - 다람살라에서의 38년, 청정 비구의 순례와 수행과 봉사의 기록
청전 지음 / 담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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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귀한 스님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본 청천 스님의 에세이 <그림자 속의 향기>

불교인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지경이지만 모태종교인 불교. 다른 어느 종교보다 편안한 건 사실이다. 부처님과 절에 대한 예절을 어린시절 어린이 불교학교에 다니며 배웠고. 지나던 길에 절이 있다면. 여행지에 사찰이 있으면 꼭 들러서 부처님을 뵙곤 한다.

순례라는 단어는 떨림을 준다. 그 특별한 여정을 선뜻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에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막연히 어떤 마음으로 힘든 길을 가는지 궁금했고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열렬한 불교인이신 엄마께서 큰 스님들이 순례길에 오르시면 신도 몇분이 스님과 동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연 순례는 종교를 가진 이들, 종교인 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는 겉만 종교인인 사람들 덕분에 그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나쁜 이야기를 듣곤 한다. 청전 스님은 순례와 수행의 이야기 속에 이런 일들에 일침을 주셨다.

다람살라에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시는 것 부터 암자의 흑방에서의 수행까지 스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보여지는 종교인이 아닌 순수하고 진정한 수행을 하며 부처님을 따라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많은 이의 마음에 계신 무소유 법정스님이 떠올랐다.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나는 이야기 속에 노스님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수행만 하시는 순수한 노스님들의 말씀과 웃음들이 가만히 미소를 머금게 했다. 청전 스님의 나이도 있으신데 더 큰 어른들을 손수 모시고 이곳저곳을 다니시는 모습은 진심이 아니면 이렇게 기꺼이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달라이 라마에 대한 존경심으로 다녔던 여정도 재미있었지만 카르마파 스님의 중국에서의 탈출은 읽는 내내 불안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칼날같은 스님의 통찰력있는 표현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p.143
요즘 성직자들의 이름 앞에 다는 꾸밈씨를 보면 그 종교가 얼마나 타락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각 종교의 창시자들이 그런 성직자들의 직위를 정했는가. 늘 배고프고 머리 둘 데 없었는데 지금의 허울 좋은 신전과 사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휘황찬란하다. 역사의 허울 좋은 신전과 사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휘황찬란하다.


순례와 수행은 고독하며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지만 묵묵히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한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단순히 자신이 믿는 분에 대한 기도와 지속적인 신앙에 대한 찬사보다 진정한 성직자의 모습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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