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 4 - 수수께끼를 풀어 드립니다 십 년 가게 4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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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가게'는 가게 이름이자 마법사의 이름이다. 간절하게 물건 보관을 원하는 사람의 앞에 나타난다. 최장 보관 기간은 십 년. 물론, 그전에 찾아가도 된다. 어떤 것이든 처음 맡겼던 상태 그대로 보관이 가능하다. 시간 마법이기 때문에 보관의 대가는 손님의 시간, 수명이다. 창고처럼 물건이 잔뜩 쌓인 가게에 들어서면 요리와 제빵이 특기인 귀여운 고양이 집사 카라시가 손님을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맞이한다.



전 재산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타바는 포도주만큼은 구하고 싶은 마음에 십 년 가게의 문을 연다. 바텐더 코보는 장사가 안 되던 시절,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어 가게가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단골 유라씨가 최근 오지 않아 걱정이었다. 가게에 온 유라씨의 지인으로부터 그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좋아한다는 포도주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십 년 가게에 들어가게 된다. 십 년 가게는 물건을 보관하지만, 인수 기간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은 물건들을 팔기도 한다.



타바는 자신의 포도주를 찾아간 후, 돈을 벌 욕심으로 맛은 무척 좋지만 빨리 변한다는 장인의 포도주를 모아 십 년 가게에 보관했었다. 하지만 십 년이 되기 전에 사망했고, 타바의 아들은 인수를 포기했기에 코보는 십 년 가게에서 유라씨가 좋아한다는 포도주를 구할 수 있었다. 유라씨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2년의 수명으로 포도주를 교환한 코보는 그녀를 찾아가지만, 유라씨는 되려 코보씨를 질책하며 그를 데리고 십 년 가게에 가서 반품을 요청한다.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나무가 있다. 할아버지가 키나에게 물려준, 둘이 함께 나무 위에 작은 집도 지은 무척 소중한 나무다. 못된 짓을 멈추지 않는 옆집 사람들이 이사 온 뒤로 키나네 식구는 무척 곤란해졌다. 더 난감한 것은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사람도 없는 키나네 정원에 마음대로 들어와 논 것도 어이가 없는데, 놀다가 다친 아이의 책임까지 지라며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심지어 싸우고 싶지 않던 부모는 그러겠다 약속까지 한다. 절대로 나무를 벨 수 없었던 키나는 간절히 기도했고, 십 년 가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사리는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다. 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해도 입이 간지러워 참을 수 없다. 어느 날 밤에 집 밖으로 나온 사리는 옷을 입은 채 물속에서 나오는 마미 언니와 마주친다. 서로 본 것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지만 사리는 또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지켜보겠다는 마미 언니가 무서웠고, 밤 산책을 들키는 것도 무서워 이 비밀을 누군가가 간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십 년 가게는 사리의 비밀을 보관해 주었다.



시프는 병원에서 눈 뜨기 전 기억이 없다. 쭉 함께 있어준 사람은 친구 젠이다. 길을 가다 열쇠란 단어를 듣고 기억이 날 듯하며 머리가 아파졌다. 갑자기 나타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십 년 가게'에 맡긴 열쇠는 찾았지만, 쓰임새를 알지 못한 시프에게 기쁜 일이 생긴다. 열쇠를 만든 봉인 마법사 '포'가 가게에 방문한 것이다. 포는 기억 역시 봉인이라며 시프의 기억을 되돌려준다.



'물건'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나 보다. 생명이 있는 나무, 비밀까지 물건의 범위에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기 진행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짐작하는 것과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은 다르다. 사고의 유연성 문제다. "당신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 드리겠습니다.'에 주목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그 간절함을 놓치고 말았다. 괜히 분한 기분까지 들었다.



짐작을 못했는데 반전까지 있는 사건이 연이어 나와 흥미롭다. 마치 일상 미스터리를 보는 듯했다. 더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조끼를 입고 무려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직접 만든 차, 과자, 요리를 대접하다니. 다시 만드는 마법사 트루의 이야기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 십 년 가게를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양이 집사 카라시였다. 생각보다 등장 분량이 적어 아쉽지만 카라시로 꽉 채워진 책을 언젠가는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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