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녹여주오 - 냉동인간 해동 로맨스
백미경 원작, 배정진 구성 / 그린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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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은 뻔하다.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거나 혹은 나빴거나 했던 남녀가 차츰 호감을 느끼며 결국 사랑한다로 결론난다. 백이면 백 이 공식을 깨는 로맨스 소설은 없다. 차이라면 세계관 자체를 새롭게 만들던가, 인간이 아닌 이종족을 출현시키거나, 이도 아니면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하는 특수한 직업 등이다. '날 녹여주오'는 현실 가능할 법한 첨단 과학 기술로 차이를 두었다. 냉동인간 해동 로맨스란다. 


예능 PD 마동찬은 방송PD로서의 사명감으로, 그가 제작하는 방송 <무한 실험천국>의 실험자 고미란은 지금 약으로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의 치료가 실험 성공으로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동찬의 말에 아픈 동생 남태가 생각나 정말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며 "24시간 냉동인간 프로젝트"에 실험자로 참가한다. 하지만 이 둘을 해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황박사는 해동 몇 시간 전,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나가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실종. 동찬과 미란은 24시간이 아닌 20년 후에 깨어나게 된다. 


깨어난 동찬과 미란은 31.5도의 체온을 갖게 된다. 그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일들이 이들에게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 된다. 체온이 올라가면 목숨이 위험해지니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없다. 뛰거나 오랜 시간 더위에 노출 되어서도 안 된다. 누구를 좋아하는 것도 심장이 빨리 뛰면 안 되니 말 그대로 사랑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체온을 5도 낮추는 것으로 평범한 로맨스 소설이 특별해졌다. 저체온의 불편함과 고통을 공감 할 수 있는 사람이 서로 밖에 없다는 점, 동찬의 말처럼 둘이 운명공동체라는 점이 특별함을 빛내준다. 거기에 황박사의 실종 배후를 추리해야 하는 약간의 미스터리까지 더해져 어떤 결말일지, 결말 자체는 짐작 가능해도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드라마를 이미 본 나로서는 꼭 집어 말 할 수 없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는데,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감정선과 이야기의 진행이 더 자세하고 매끄럽다. 드라마를 한층 풍성하게 해준 동창의 후배 현기의 익살스러움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미란의 첫사랑 병심은 뒤통수를 세게 치고 싶게 만들 정도로 속 터지게 하지만 책에서는 그 또한 부족하게 느껴졌다. 내가 둘 다 봐서 굳이 비교를 했지만, 보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해동된 인간이라는 특이한 소재. 로맨스를 할 기회를 주지 않는 위험한 상황. 그들을 위협하는 누군가. 뻔하지만 특별한 로맨스 소설을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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