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개들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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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데뷔작이자 라틴아메리카 '붐(Boom)' 문학의 포문을 열었던 대표작 <도시의 개들>은 페루 리마의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권력과 규율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폭력과 가부장적 마초이즘의 생얼굴을 냉혹하게 파헤친 사실주의 소설이다. 엄격한 계급과 군국주의적 질서를 통해 국가의 엘리트를 양성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소설이 보여주는 군사학교의 실상은 약육강식과 가혹행위가 일상화된 야만의 축소판이다. 제목에 나오는 ‘개들’은 학교에 막 입학하여 참혹하고 잔혹한 신고식을 치르는 1학년 신입생들을 가리키는 비속어이지만, 동시에 권력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서로를 뜯어먹고 길들여지며 사육되는 생도 전체, 나아가 위선적인 독재 사회와 권위주의적 구조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씁쓸한 초상을 상징한다.


학교라는 특수한 울타리 안에서 생도들은 저마다 다른 계층과 출신 배경을 지니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생존을 위해 결성된 비공식 모임이나 집단적 폭력 구조 속에서 너무나 쉽게 악마화된다. 이 엄혹한 생존 환경 속에서 약자로 몰린 인물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이 사관학교 내부를 흔드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비극이 터진 순간에도 학교 당국과 집단은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세우기보다는 조직의 명예와 시스템의 안위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사건을 은폐하려 든다. 폭력 그 자체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진실을 묵살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의 침묵과 가부장적 권위주의다. 소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진실을 고발하려는 인물의 갈등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 역시 거대한 권력의 벽과 사회적 압박 앞에 무릎을 꿇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요사는 이 서사를 이끌어가면서 여러 화자의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고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는 '다성악적(polyphonic)' 기법을 선보인다. 특히 학교 안에서 가장 무자비하고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조차 단순한 악인으로 다루지 않고, 하층민으로서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나운 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 서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편,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가부장적 마초이즘은 요사 문학의 강력한 동력이자 동시에 중요한 비평적 화두가 되는데,요사는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남성 중심적 지배 문화와 군대식 폭력성을 냉혹하게 고발하려는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텍스트를 전개하지만, 폭력과 성적 지배를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생생하여 때로는 남성적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고, 여성 인물들은 독립된 주체나 내면을 지닌 인물이라기보다, 남성 생도들의 욕망과 질투, 결핍을 자극하는 매개체나 가부장적 폭력의 배경으로 소모되는 한계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마초성은 긍정적으로 미화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사회적 병리로 해부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학교라는 폭력적인 울타리를 벗어난 인물들이 돌아간 사회 역시 군사학교의 축소판에 불과하며, 그들 모두가 계급적 안락함과 타협을 선택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되는 모습은 "폭력의 울타리를 벗어난 우리는 진짜 인간이 되었는가, 아니면 그저 좀 더 교묘하게 길들여진 도시의 개가 되었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출간 당시 페루 군부에 의해 국가 모독이라는 이유로 불태워지기도 했다던,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존엄이 파괴되는 과정을 폭로하는 동시에 붐 세대 남성 작가가 지닌 가부장적 시선의 한계와 그것을 넘어서려는 문학적 열정을 동시에 증명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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