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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 LLM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글과 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마크 코켈버그 외 지음, 신동숙 옮김, 손화철 감수 / 생각이음 / 2026년 4월
평점 :
이제 기계가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데 내 밥줄은 안전한가?라며 밤잠 설치는 이 시대 인간들에게 던지는 매우 지적이고 뼈 있는 럭비공 같은 책이다. 저자들은 AI를 그저 말 잘 듣는 똑똑한 계산기 정도로 폄하하는 쿨한 척하는 거대 언어 모델 통제자파와, 곧 챗GPT가 자의식을 갖고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며 벌벌 떠는 터미네이터 유니버스 파를 동시에 반박한다. 저자들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같은 프랑스 철학자들의 묵직한 이름표를 붙여 와서 AI의 실체를 턴다. AI는 영혼이나 의식이 있어서 감동적인 썰을 푸는 게 아니라, 그저 엄청난 양의 텍스트 데이터 속에서 기호와 기호를 확률적으로 연쇄하며 영혼 있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즉, 데리다가 말한 의미의 지연과 차연을 0과 1의 숫자로 무한 굴리기 하는 환각 장인인 셈이다. 이로써 말을 하고 글을 쓰므로 나는 고귀한 인간이다라며 수천 년간 폼 잡던 서구의 로고스 중심주의는 챗GPT의 속사포 텍스트 연타를 맞고 KO 패를 당했다. 롤랑 바르트가 예언했던 저자의 죽음은 이제 출판사가 AI 작가에게 인쇄를 보내는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아아, 인간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통곡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 인간 혼자 짱 먹던 오만한 언어관을 버리고 기계라는 엉뚱한 대화 상대와 섞여 사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수다 방식을 만들자라고 윙크를 건넨다. 기계가 뱉어내는 언어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가짜 뉴스나 데이터 편향을 일으키며 우리 현실을 진짜로 뒤흔드는 실전형 언어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날리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가 문장을 기계처럼 퐁퐁 솟아내듯 자동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그 텍스트 뒤에 숨은 헛소리와 권력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아내는 비판적 리터러시와 인문학적 현타 감지기를 켜는 것이다. 기계가 언어를 쓰는 시대에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건 AI의 자의식이 아니라, 기계가 짠 영혼 없는 텍스트를 영혼 없이 받아먹으며 스스로 뇌를 비워버리는 인간의 생각 자동화이니 말이다. 아무리 기계가 알잘딱깔센이라 한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