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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ㅣ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평점 :
이 작품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괴담' 감성과 정통 오컬트 미스터리를 정교하게 결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잡지 편집자인 주인공이 긴키 지방의 특정 장소와 관련된 괴담, 실종 사건, 인터뷰 기록, 인터넷 글들을 수집하며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저주'의 정체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단편적인 기사, 인터넷 게시글, 독자 제보 등이 파편적으로 제시되며, 독자가 직접 단서들을 조합해 거대한 진실을 유추하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실제 존재하는 듯한 인터넷 은어, 잡지 투고 양식, 현실적인 구어체를 사용하여 "이게 정말 허구일까?" 하는 기괴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점프 스케어(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없이, 텍스트와 분위기만으로 서서히 목을 조르는 듯한 심리적 공포를 유발한다. 독자가 글을 읽는 행위 자체가 저주에 가담하는 듯한 메타적 연출이 압권이며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각각의 괴담이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라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수렴하는 구조가 매우 치밀하다. 오컬트 마니아라면 환호할 만한 민속학적 요소도 잘 녹아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다소 허무할 수 있는 후반부라 할 수 있는데 파편화된 정보를 모으는 중반부까지의 긴장감은 압도적이지만,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호러의 클리셰를 따르다 보니 초반의 신선함에 비해 김이 빠지는 느낌이 있다. 또 모든 의문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열린 부분이 많아, 깔끔하고 명확한 인과관계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찝찝함을 남길 수도 있겠다. 여튼 요약하자면 인터넷 괴담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리하고 기괴한 아날로그 호러물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의 특유의 날것 그대로인 인터넷 괴담 분위기 감성을 현대적인 세련미로 재포장한 뛰어난 장르 소설이라 하겠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진짜 그 장소가 어디지?"라며 검색창을 켜게 만드는 기분 나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나 조용한 밤, 불을 끄고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읽어 보길 추천한다.
PS. 내가 중반 이전까지 가졌던 도대체 어디서 무서워 해야 하는 거야...? 란 의문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쟈ㅋ 사실 이 소설을 ‘안 무섭다’고 느끼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같다. 이 작품은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점프 스케어형 공포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피가 낭자하거나 시각적으로 잔인한 장면도 거의 없다. 말초적 자극 대신 은근하게 압박하는 공포를 주는 방식을 선택하며, 초반의 덤덤함이 중반 이후 복선이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뇌가 상황을 인지하며 소름으로 바뀐다. 특히 단순한 방관자에 머물던 독자가 "글을 읽고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저주를 넓히는 것"이라는 메타 픽션적 장치를 마주하는 순간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포가 극대화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왁! 무섭지!" 하고 놀래키는 책이 아니라, 독자의 머릿속에 기분 나쁜 씨앗을 심어두고 독자 스스로 상상하며 셀프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다. 다 읽었는데도 전혀 안 무서웠다면, 공포 내성이 아주 높거나 이런 은근한 압박 면역이 강한 걸지도. 사실 홍보 멘트에서 호들갑 떠는 것 만큼 무섭진 않았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