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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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한마디로 “현대 의학이 인공호흡기 달고 멱살 잡아서 억지로 살려놓은 수명, 과연 행복한가?”를 뼈 때리게 묻는 책이다. 저자는 의사 가운을 입고 나와서 “우리 의사들이 그동안 번지수를 잘못 짚었습니다”라며 의학계의 대반성문을 유쾌하고도 묵직하게 써 내려간다. 현대 의학은 인류의 수명을 늘리는 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문제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섭리’가 아니라 ‘치료하면 완치되는 질병’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중환자실에서 온갖 콧줄과 호스에 묶인 채 ‘인간 사이보그’ 상태로 맞이하게 되었다. 성공 확률 1%의 독한 항암제를 권하며 “포기하지 마세요!”를 외치는 의사들 덕분에, 환자들은 가족들과 따뜻한 눈 맞춤 한 번 못 하고 픽셀 깨진 모니터 신호음 속에서 퇴장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의료 기술이 좋아질수록 죽어가는 과정은 오히려 잔인해지는 청개구리 같은 상황인 것이다. 현대식 요양원 시스템을 향한 풍자도 매섭다. 요즘 요양원은 환자의 안전과 위생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낙상 방지를 위해 침대에 묶어두고, 정해진 시간에 사료 주듯 밥을 먹인다. 군대보다 더 철저한 규칙 속에서 노인들은 안전하게, 하지만 지독하게 지루해서 말라 죽어간다. 가완디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 ‘멸균실 같은 안전’이 아니라, ‘오늘 간식으로 단팥빵을 먹을지 말지 결정하는 사소한 자율성’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요양원에 식물과 개, 고양이를 풀어놓았더니 노인들이 약을 끊고 생기를 찾았다는 황당하고도 감동적인 일화는 인간이 단순한 생명 유지 장치가 아님을 증명한다. 저자는 척수 종양에 걸린 제 아버지를 간호하며 직접 겪은 짠내 나는 에피소드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남이 똥 오줌을 닦아줘도, 내 손으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다면 그 삶도 오케이입니까?” 같은 얄짤없고 민망한 질문을 미리 나누라는 것이다. 이른바 ‘거시기한 대화’다. 이 불편한 수다 덕분에 저자의 아버지는 고통스러운 수술 대신 호스피스를 선택해 마지막 순간까지 와인을 마시며 존엄하게 커튼을 닫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공포 극복기가 아니라, Well-being만큼이나 Well-dying이 중요하다는 ‘인생 마감 전략서’이다. 어차피 인간의 치사율은 100%. 이 절대적인 법칙을 당연하게 인정할 때, 비로소 “남은 시간 동안 어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살 것인가?”라는 진짜 중요한 인생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병원 모니터의 그래프를 1분 더 늘리기보다,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내 손으로 담담하게 덮고 싶게 만드는, 이미 중년 독거인인 나 자신의 미래,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부모님의 마지막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 이 땅의 늙어가는 모두가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PS. 가완디는 이 씁쓸한 현실을 증명하기 위해 19세기 고전인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환한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원인 모를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데, 그를 진짜 미치게 만든 건 통증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지독한 연기’였다. 의사와 가족들은 그가 곧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 잘 먹으면 나을 거다”, “기운 내라”라며 희망 고문을 이어간다. 가완디는 백 년 전 이 소설이 사실은 현대 병원의 완벽한 예언서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의사들도 이반 일리치의 의사처럼 환자가 죽어간다는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온갖 검사와 치료법이라는 ‘의학적 핑계’ 뒤로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죽어가는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곧 나을 거다”라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의 두려움을 함께 나누고 손을 잡아줄 진실한 사람인데 말이다. 참고로 나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을 때 우리 나라도 존엄사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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