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된 질문」은 옥스퍼드대학교의 명예교수이자 생물학자인 데니스 노블과 한국의 고승 4명(금강, 정관, 도법, 성파)이 서로 나눴던 근원적 질문에 관한 책이다. 본래는 올 하반기에 <NOBLE ASKS>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내용이었지만 미디어로 담을 수 없는 주옥같은 담화가 많아 책으로 먼저 내놓았다고 한다.

수려한 분홍색의 연꽃잎을 닮은 바탕색의 표지로 질감도 마치 부드러운 벨벳과 같이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책을 펼친 건 5월 19일 석가탄신일이었다. 전날에 내렸던 비가 무색하게도 석가탄신일에는 여름을 알리는 햇빛이 사방으로 비췄고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 마실을 나가 책을 읽었다.

책의 시작은 데니스 노블이 다큐멘터리 촬영팀을 만나 고승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시작한다. 생명은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명의 유대감과 상호작용을 이야기한 그(데이스 노블)는 자신의 이론이 불교 사상과도 맞물린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한국으로의 먼 여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한다. 실제로 가족의 죽음을 맞닥뜨리며 느꼈던 고통과 시련을 태국 출신의 스님을 만나 명상을 배우며 치유했다고 하니 그의 불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이미 당연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철학과 종교,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공통 과제이자 인생의 좌표가 될 질문에 대해 4명의 고승과 1명의 과학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낸다. 짧지만 선명하고 속으로 되뇌게 되는 말들은 흩어져있는 마음과 혼을 책을 읽는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총 3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직결되듯 서로 끈끈한 유대감으로 연결되어 그들의 친절하고도 선한 마음에 따뜻해질 수밖에 없었다.

괴로움에 대해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자각하고 명료하게 알아차릴 것을 이야기한다. 마치 목이 마를 때는 당연하게 물을 찾아 마셔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무지에서 비롯된 헛된 망상에 빠져 더욱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더욱 첫 번째 화살은 누구나 맞을 수 있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며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무아'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언어(이름)로 규정되지 않은 본연의 내 모습도 떠난 '무아'의 나. 사실 나조차도 내가 만들고 싶은 겉모습과 내면으로 둘러싸져 있어 나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때가 많다. 껍데기로 단단하게 만든 나를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나'를 만날 것을 설파한다.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 '차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외모, 나이, 성별, 국적 등 모든 것을 떠난 자연 그대로의 나를 보는 방법'.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화두 명상과 이미 자신을 우주만큼 완전하다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바라 볼 것을 말한다.

책은 이처럼 내 안에 생겨나는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종교와 과학이 만나 꺼내놓은 이야기는 너무나도 친절하고 따뜻했다. 데니스 노블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라 대답하였듯 그는 종교와 과학에서 말하는 '유대'에 대해 강조한다. 즉 우리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규정하기 위해 만든 경계를 넘어선다면 우린 유대와 연결을 바탕으로 인생의 지혜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해나갈것을 덧붙여 이야기하며 말이다. 나와 네가 다르지 않고, 길가 피어있는 꽃과 풀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 결국 나조차도 그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