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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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일하는가'

책 제목부터 독자에게 큰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도 난 제대로 된 대답을 찾지 못했지만 당연하게 여겼던 일과 삶에 대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상념에 빠지게 한 책이었다. 올해의 일상이 무기력했던 작년과 같았다면 이 책을 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직장인이 되며 주중을 보내고 있는 나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책이기에 무겁지고 가볍지도 않은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사실 90세를 넘긴 작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CEO이다. 이 때문에 그가 평생 쌓아온 '일'에 대한 철학과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모든 진실이 그러하듯 이 책에서도 '일'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불행했던 청소년기와 무너져가는 회사에 입사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일을 계속 끌어갔을 때의 사연 등. 제조업체 교세라를 만들고 이끌어간 이야기들. '왜 일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친절하게도 책의 머리말에 나와있듯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이해하고 열심히 일하면 행복한 인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다. 바로 이런 의도로 이 책을 썼다. (p.28)'. 작가가 말하듯 그는 일을 통해 행복을 얻었다 한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등지는 대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살기 위한 일은 오직 그뿐이다(p.32)'라는 마음가짐과 함께 말이다.

책에서는 일에 관한 긍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조금은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라 새로운 자극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능처럼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한 번도 '왜 일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 던져본 적이 없어 이참에 '나는 왜 일할까?'라는 질문을 공책에 써놓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펼쳐놓을 수 있는 시간은 가질 수 있었다.

역시 작가처럼 회사를 창립하거나 거대한 부를 거머쥐거나 하는 장대한 결과물을 향한 과정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를 제대로 설 수 있게 '일'이 나를 조금 도와준다는 점은 깨달았다.

나도 몰랐던 나의 재능과 모습을 일을 하며 찾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독립서점에 방문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책을 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역시 적어놓고 보니 난 큰 목표나 의미보다 작고 소소한 행복에 버금갈 '소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것만으로도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며 잠에 들 수 있으니 난 참 쉬운 사람이다. 그래도 일에 대해 공감했던 글귀가 있다면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고 해보자'와 큰 목표 대신 '충실한 오늘을 살아가라'라는 말이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날, 다이어리에 적어놨던 말과 의미가 상통해 연필로 줄을 그어놨다.

개그우먼 박미선 님이 인터뷰를 통해 했던 말로 점차 나이가 들며 자신의 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정도 아닌 잠시 대타로 들어간 방송 <해피투게더>를 떠올리며 이야기했던 말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 그것보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는 말. 20대 때 꿈꿔왔던 직업과 미래에서 점차 멀어져 위축되었던 내가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이다. 사실 멀어진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일이 주어지는 자체가 행복한 것이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해요.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또 다른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개그우먼 박미선


'왜 일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나처럼 '일을 통해 얻는 소확행'에 대해 나열하다 보면 이미 많은 생활과 삶이 일로 인해 변했고 충분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5월 5일이었는데 올해 처음 야구장에 다녀왔다.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날씨 좋은 날의 하늘을 마음껏 보고, 코로나 이전처럼 사람들과 육성대신 몸짓으로 하나의 마음으로 경기를 봤다. 내일 또 8시간을 보내는 회사를 가는 나를 위해 내게 선물한 작은 이벤트.

커피의 쓴맛을 알기에 초콜렛의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듯 하루는 열심히 일하고 다음 날은 더 신나게 놀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커피의 쓴맛만 본 이들에게 사실 초콜렛의 단맛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으로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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