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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만큼만 욕심내는 삶 - 적당히 탐하고 오늘에 만족하는
요로 다케시 지음, 이지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세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흐름을 읽어내며 일상 속 철학을 발견하는 집사와 철푸덕 앉아있길 좋아하는 고양이 마루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는 저자가 삶을 살아가며 느끼고 깨달은 의식과 감각, 죽음, 언어, 문명과 자연, 동물, 사회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 표지에 그려진 저자와 마루의 모습만 봐도 그들의 일상이 머리 속으로 상상된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조심스럽게 다가와 손을 베개 삼아 누워버리는 마루. 나도 고양이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작은 꿈을 갖게한 책이니 고양이 덕후를 늘리는데 기여할 책이기도 싶다.
저자는 고양이 마루와 만난 지 벌써 18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첫 시작은 어색할지 몰라도 이제는 서로를 누구보다 편하고 의지하는 둘의 인연은 어찌보면 부럽기까지도 하다. 저자는 가끔 제멋대로 먹고, 자고, 노는 마루를 보며 '왜 나만 일해야해?'라고 가끔 스스로를 다그치며 볼멘 소리를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마루를 '기준' 삼아 하루에 느낄 만족과 행복에 집중하며 일상을 맞이한다. 고양이만큼 욕심내는 하루를 말이다.
'세상에 같은 것은 절대 없다'
'쓸모없어도 괜찮잖아'
'세상은 이상한 일투성이'
저자는 고양이 마루를 빗대 일상의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연'을 고양이를 통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자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며 경외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지기도,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도 하는 자연이 저자에게는 마루다. 모든 것을 언어로 분류하고 규정하는 사회의 규격에서 벗어나 순간 순간 느끼는 감각에 몰입할 것을 저자는 말한다. 의식이 아닌 감각에 몰입하는 삶. 햇빛이 좋은 날에는 마당에 나가 햇빛을 쬐고, 매 순간 감각에 충실하며 하루를 보내는 마루처럼.
또 저자는 의미만을 향해 달려가는 사회와 자신 속 무의식을 경계하고 의식하라 말한다.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한 스푼의 예측 불가능한 자연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함을 말하며 말이다.
가끔은 내 안의 시선과 의식에 너무 집중되어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마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인간이 가져야할 단순하고 명쾌한 삶의 태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욕심내지 않고 오늘을 충분히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또다른 '나만의 기준'을 이 책에서 찾았다.